EBS 밤 11시30분

할리우드 고전 영화 ‘톱 햇’을 보던 폴 에지컴(톰 행크스)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60년 전, 먼 옛날 그가 간수로 근무하던 콜드 마운틴 교도소에서 만난 한 사형수의 이야기를.

1935년 대공항기. 이 교도소에 2m가 넘는 거구의 흑인 사형수 존 커피(마이클 클락 덩컨)가 이송되어 온다. 순진한 눈망울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그는 사실 어린아이 둘을 살해한 흉악범. 그를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던 폴은 그에게 신기한 능력이 있는 걸 알게된다. 그는 자신의 입으로 폴의 숨을 빨아들여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전립선염을 단번에 낫게 한다. 존의 사형일이 다가오면서 폴은 점점 그의 무죄를 확신하게 된다.

난폭한 사형수 와일드 빌, 쥐를 훈련시키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는 죄수, 존 커피에 대한 미움으로 그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사형 시키는 간악한 간수 등 교도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는 감독의 재주가 탁월하다. 죽기 전, 영화 ‘톱 햇’과 집에서 만든 파이를 먹고 싶어한 ‘괴물로 보이는 천사’ 존의 이야기는 판타지와 휴먼 드라마의 절묘한 접점에 서 있다. ‘그린 마일’은 사형수들이 걸어가는 녹색 길. ‘쇼생크 탈출’을 만든 프랭크 대러본트 감독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전작보다 인간승리형 대작의 맛은 떨어지지만, 인간 유형에 대한 성찰은 더 돋보인다. The Green Mile. 188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