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서쪽으로 430㎞ 정도 떨어져 있는 인구 7만5000여명의 포이펫(Poipet). 태국과의 육로 무역 중 70%를 차지해, 캄보디아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국경 도시다. 지난달 27일 찾은 이곳은 소(小)상인·일용직 노동자들이 찾은 이른 새벽부터 카지노 단지의 현란한 불빛이 켜지는 저녁까지 계속 모습을 달리했다. 이곳이 ‘삼색(三色) 마을’로 불리는 이유를 알 법했다.

◆ 풍경 1 07:00
포이펫과 국경을 마주 보고 있는 태국의 아란 읍(邑)을 잇는 왕복 2차선 도로 양 옆에는 이날 오전6시40분쯤 1㎞에 걸쳐 2000여 명의 주민들이 긴 줄을 짓고, 오전 7시 국경 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손에는 모두들 태국 출입국 사무소에서 10밧(약250원)를 주고 받은 흰색 임시 통행증을 쥐고 있었다. 대부분 빈손이거나, 텅 빈 수레를 끌고 있었다.

빈 지게를 맨 캄보디아인 리띠(27)는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세 번 정도 아란으로 건너가 야채와 과일, 생필품을 30~50㎏씩 포이펫으로 실어 나른다”고 말했다. 얼마나 많이 오가느냐가 그날의 수입으로 직결돼, 서로 앞줄에 서려고 경쟁도 치열하다. 리띠는 “한 번 왕복할 때마다 30밧 정도씩 받아, 두 시간 정도면 캄보디아인의 평균 일당(40밧·약1000원)의 배를 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포이펫 경찰과 세관원에게 상납하는 돈을 빼면, 약 50밧을 손에 쥔다"고 불평했다. 아직 앳된 얼굴의 소녀 나른(17)도 "포이펫에는 일자리가 없어, 아른의 식당에서 일하려고" 매일 국경을 넘는 2000여 명의 '출근족(族)'에 합류했다.

캄보디아 주민들에게만 허용되는 임시통행증만 있으면, 오후 8시 국경이 폐쇄될 때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통과가 가능하다. 이들이 실어 나르는 물건엔 품목·무게 제한도 없고, 대부분 관세도 내지 않는다. 경찰은 오히려 이들의 교역을 도와준다. 이들 상인·일용직으로부터 받는 '상납금'이 자신들의 주(主)수입인 때문이다.

'캄보디아·태국 국경 조정 위원회'의 쌍 소콘 포이펫 사무소장은 "매일 태국으로 오가는 주민이 줄잡아 2만 명은 된다"며 "이들이 구입해 오는 물건은 대부분 고급제품으로, 프놈펜이나 시엠리아프 등의 대도시로 공급된다"고 말했다.

07:00 오전 7시 태국 쪽 국경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이른 아침부터 캄보디아의 포이펫 검문소에서 국경까지의 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캄보디아인들. 생필품을 캄보디아로 실어 나르거나, 태국의 국경도시 아른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려는 사람들이다.

◆ 풍경 2 10:00
오전 10시가 넘으면 포이펫 국경 검문소에는 대형 차량과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시멘트나 각종 제품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은 오후 3,4시까지 100여m씩 길게 줄을 지어 통관 수속을 기다렸다. 편도 1차선의 좁은 길에 양국의 출입국 사무소를 모두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차량 1대당 대략 5분. 포이펫 출입국 사무소의 통계에 따르면, 태국에서 하루 평균 1200대의 트럭이 건너온다.

포이펫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2500달러가 넘는 태국에서 1인당 GDP 300달러인 캄보디아로 물자가 공급되는 핵심 루트다. 헤이 남헝 포이펫 읍장(邑長)은 "11월 말까지 이곳에서 이뤄진 교역 규모만 3억51000만달러"라며 "물동량이 넘쳐 포이펫에서 북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차량 전용(專用)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큼지막한 배낭을 등에 짊어진 유럽·미국인 여행객들과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쏟아져 들어오는 때도 이때쯤이다. 포이펫은 캄보디아 최고의 관광명소인 앙코르 와트와 148㎞ 정도 떨어져 있어, 캄보디아 입국 비자를 받기에 가장 편리한 길목이다. 포이펫의 이민국 관계자는 "2001년 8만6151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26만6038명으로 3년 만에 세 배 이상 폭증했다"고 밝혔다.

10:00 각종 공산품과 시멘트 등을 싣고, 오후에 포이펫 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트럭들. 태국에서 하루 평균 약 1200대의 트럭이 들어온다. 포이펫은 캄보디아₩태국간 육로 교역의 70%를 차지한다.

◆ 풍경 3 19:00
오후 5시를 넘기자, 포이펫 읍내에 위치한 가로 2㎞·세로 12㎞ 일대의 대형 단지에 스타베가스·트로피카나·할러데이·골든 크라운 등의 대형 카지노들이 휘황찬란한 조명을 켜대기 시작했다. 카지노 단지는 이날 밤 12시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뺨칠 정도의 '불야성(不夜城)'으로 변했다. 캄보디아 전체 12개의 카지노 호텔 중 7곳이 포이펫에 몰려 있다.

이날 저녁 카지노 호텔의 셔틀 버스는 캄보디아 고객들을 계속 태워 날랐다. 태국인 농탄(38·자영업)은 "태국에서는 도박이 금지돼 있어, 한 달에 두세 번씩 포이펫의 도박장과 나이트 클럽을 간다"고 말했다. 농탄과 같은 태국인 카지노 방문객은 매일 8000~1만명. 카지노 성업(盛業)으로 인한 직·간접 고용 인원만 1만명에 이른다. 카지노는 외국인 비자 수수료(1인당 20달러)와 더불어, 포이펫을 먹여살리는 '양대(兩大) 생명줄'인 셈이다.

덕분에 포이펫은 여느 캄보디아 지역보다 활기가 넘친다. 헤이 남헝 읍장은 "3년 전 6만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미(未)등록 주민까지 합해 12만 명으로 불었다"고 말했다. 1인당 소득도 캄보디아 평균의 2배인 600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포이펫의 장래가 '장미빛'인 것만은 아니다. 구상만 거창하고, 집행은 제자리걸음인 프로젝트도 허다하다. 방콕~포이펫~프놈펜을 잇는다는 아시아개발은행의 '아시안 하이웨이' 공사도 2004년 11월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직접 참석해 착공식까지 가졌지만, 여태 진척이 없다.


(포이펫=송의달특파원 edsong@chosun.com)

19:00 오후 7시 번쩍거리는 조명을 켠 포이펫의 대형 카지노들. 매일 국경을 넘어 이곳을 찾는 태국인들만 1만명에 달해, 전체 고객의 90%를 차지한다. 인구 7만5000명의 포이펫에서 카지노 산업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인원만 1만명 정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