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오정(45세 정년)', '삼팔선(38세까지 직장다니면 선방)'은 대세로 굳었다. 축구선수들의 정년은 몇살일까. 정답은 '그때 그때 달라요'다.
축구선수는 20세까지 발전기, 25세까지 성숙기, 30세까지를 완숙기로 본다. 30세가 넘어서면 전성기가 지났다고 여기고 은퇴를 고려한다. 선수마다 차이가 많다. 주전으로 뛰지 못하면 20대에도 옷을 벗고, 특출난 활약을 하면 35세가 넘어도 계속 유니폼을 입는다. 평균으로 본다면 30세가 1차 고비인 셈이다. 현역으로 뛰면 몇 억원의 연봉을 받던 선수들도 코치로 뛰면 많아야 1억원이다.
연봉과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요즘 선수들은 몸관리를 잘한다. 구단의 체계적인 시스템도 한 몫하고 있다. 예전에는 35세 선수를 '할아버지'라고 불렀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역으로 어리고 유능한 선수들이 속속 치고 올라오면서 빨리 은퇴하는 '스피드 순환'도 생기고 있다.
개인통산 최다골 기록(114골)을 경신한 김도훈은 여력이 충분했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지도자로 돌아섰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시킨 호마리우는 3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해 브라질리그 바스코 다 가마에서 22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AC밀란의 수비수 파울로 말디니(37)는 세리에A에서 20년간 뛰며 역대 최다출전기록을 경신했지만 실력은 여전하다. 94년 미국월드컵서 카메룬의 로저 밀러는 만 42세 1개월의 나이에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세월에 맞서는 것은 처지와 환경에 상관없이 언제나 감동을 더한다.

(스포츠조선 박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