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0시50분…'(대전부르스) 14일 오전 대전시 동구 정동 대전역 주변. 지하철 공사, 동서 관통도로 건설 등으로 역 앞 광장 곳곳이 공사판이 돼 있었다. 그 바람에 과거 전국 최대를 자랑하던 넓은 광장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오가느라 대전역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쳐 보였다.
'대전역'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경부선 철도가 개통된 것은 1905년. 꼭 100년 만이다. 대전역은 대전의 '관문'이자 오늘의 대전을 있게 한 '뿌리' 같은 존재. 그만큼 대전역의 변신은 의미가 크다.
◆고속철 개통… 이용객 30% 늘어
대전역의 환골탈태(換骨奪胎)는 맨 처음 경부고속철도(KTX)의 개통으로 시작됐다. 2004년 4월 KTX가 개통되면서 대전은 서울까지 한 시간도 안 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이용객이 30% 이상 늘었다. 대전역은 이에 발맞춰 지난해 지상 및 철로 위에 지상 4층 규모로 말끔하게 새로 지어졌다.
대전역의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내년 3월 개통 예정의 대전지하철 1호선이 대전역을 지난다. 대전시 동구 판암동~서구 둔산동 대전정부청사간 1호선 1단계 구간(12.4㎞)이 개통되면 대전역 이용객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특히 대전역 뒤, 즉 동광장 옆엔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입주한다. 한국 철도의 운영과 건설을 총 지휘하는 곳이다. 이들 두 기관은 부지 7900평에 지상 28층, 지하 4층짜리 대형 쌍둥이 빌딩을 짓기로 하고 내년 초 착공, 2008년 준공한다. 대전역은 이제 전국 630개 역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한국 철도의 '총본산'이자 '심장부'가 되는 셈이다.
◆애환 깃든 역 광장 사라진다
대전역의 변화에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전역광장', 즉 역 앞 서(西)광장이 기능을 거의 상실하기 때문이다. 3500여평에 이르는 대전역광장은 대전시민의 애환이 깃든 곳. 수만명의 군중 앞에서 대통령 후보 YS와 DJ가 사자후를 터뜨리던 곳이 여기였다. 그러나 맨 먼저 주차장을 시작으로 버스 및 택시 승강장, 동서 관통도로(대전역 지하차도), 지하철 출입구 등이 광장을 점차 잠식해나갔다. 우선 교통혼잡 해소 및 환승객 편의를 구실로 역 앞 도로에 있던 택시 및 버스 승강장을 광장 안으로 들여오는 공사가 이달 말 끝난다. 왕복 4차로에 길이 296m의 도로가 광장 내에 개설되고 자동차가 다니게 돼 광장 기능이 큰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마침내 동쪽에도 햇볕 든다
경부선 철도는 시가지를 둘로 가르면서 양편에 극단적인 명암을 드리웠다. 역전에서 충남도청에 이르는 '중앙로'는 대전의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역 뒤편 동구 소제동 지역은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돼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혀 왔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동서를 잇는 동서 관통도로 개설을 추진, 1993년 착공했다. 신안동~대전역 3거리 간 678m 길이의 이 도로는 동부지역 주민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12년 만에 공사가 끝나 오는 21일 개통된다.
특히 철도공사와 대전시는 동구 삼성·소제·신안동 일대 철도 부지와 사유지 26만5000평을 역세권으로 개발한다는 방침 아래 한국토지공사에 용역을 맡겨놓은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