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67. 작년 세계주니어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사이클 유망주로 떠오른 강동진(18·울산 농소고 3년)은 키가 작아 중학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우람한 근육이 시선을 끌었다. 동진이의 허벅지 둘레는 무려 24인치로 건장한 성인보다도 더 굵다. 몸무게는 68㎏으로 허리, 어깨 심지어 목까지 근육만 가득하다. 140㎏짜리 역기를 매일 들어올린 결과다. "키는 포기했어요. '깡'으로 해야죠." 농소고 박일창 코치는 "주종목인 1㎞ 독주에서는 성인 대표와 겨뤄도 쉽게 지지 않을 선수"라며 자랑했다.
동진이는 올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나가 1㎞ 독주(1분04초517)와 스프린트 200m(10초598)에서 모두 주니어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각각 4,5위에 그쳤다.
"큰코다쳤죠. 올해는 금메달 딸 줄 알았는데…." 국내 고교 대회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동진이지만 역시 세계 무대와는 차이가 있었다.
강동진은 1㎞ 독주에서 최근 1년 동안 자신의 기록을 4초나 앞당겼다. 대한사이클연맹 이동엽 국장은 "동진이의 성장 속도는 한국 사이클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진이는 주변에 사이클 전용 트랙이 없는 열악한 훈련 환경을 이겨내 더 돋보인다. 가장 가까운 벨로드롬이 차로 1시간30분 거리인 부산금정경륜장. 일주일에 3일, 그것도 새벽부터 달려가야 겨우 몇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입가의 큼지막한 흉터도 벨로드롬이 없어 생겼다. 천곡중 3학년 때 학교 근처 도로에서 연습하다가 차와 부딪쳐 입 주변이 다 찢어졌다. 입술 아래는 아예 구멍이 뚫려 버렸다. "아버지가 운동을 그만둘 것을 권유했지만 그래도 사이클이 저의 전부여서 포기하긴 어려웠어요."
동진이는 울산에서는 꽤나 알려진 '지역 스타'다. 올해 전국체전 성화 최종 봉송주자로도 나섰다. 울산광역시청이 내년 초 졸업하는 동진이를 위해 팀을 창단할 정도다.
동진이의 휴대전화 슬라이더 바를 올렸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여덟 글자에 불이 들어온다. 이왕 운동하는 거 바짝 정신차려서 하고 싶다는 다짐이란다. 바탕그림에는 미소짓는 여학생 사진이 있다. 동진이는 "800일 넘게 만났는데요. 같은 사이클 선수예요. 서로 격려해 주니까 운동이 신나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동진이는 1㎞ 독주에서 첫 바퀴와 마지막 바퀴의 랩 타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지구력이 좋다. 다만 스타트가 약간 느린 게 '옥에 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신체나이가 최상이 되거든요. 요즘은 스타트 보강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요." 동진이는 평소에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연습한다. "태극마크가 가슴에 있으면 찡하잖아요. 뭔가 해보고 싶어져요."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는 아버지 강희중(47)씨는 20㎞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강씨는 "아들이 자전거 위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타본다"고 했다. "(동진이가) 다쳤을 때 마음이 아팠지만 꿋꿋하게 이겨내서 자랑스러워요. 사이클에서도 한국인이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합니다."
■ 강동진은
―1987년 12월 생, 키 1m67·몸무게 68㎏
―아버지 강희중(47)·어머니 원정순(44)씨의 2남 중 차남
―2006년 2월 울산 농소고 졸업예정·울산광역시청 입단 예정
―천곡중 1학년 때 사이클 시작·2002년 소년체전 사이클 MVP
―2003~2005년 전국체전 금메달 7개 획득
―2004년 세계주니어사이클선수권대회 은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