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흥국씨가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책으로 펴냈다.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 진영에서 일했던 김씨가 이달 초 출간한 ‘김흥국의 우끼는 어록’이란 책에는, 그가 정 의원의 ‘문화예술특보’로 일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철회 파동 때의 일화가 소개돼 있다.
김씨는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졌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이렇게 삼파전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을 때 갑자기 민주당 쪽에서 ‘후보를 단일화하자, 여론조사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우리가 ‘이번에 반드시 이긴다’ 이랬던 것도 아닌데, 그 쪽도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김씨는 두 후보간 ‘단일화 여론조사’ 발표가 있던 날을 회고하며 “당연히 우리가 이기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여론 조사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전날 언론보도에서도 우리가 당연히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조작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민주당 쪽에선 가용한 모든 조직을 가동했고 거기에 노사모가 똘똘 뭉쳐 여론조사에 적절히 대응을 한 결과였다”고 했다. ‘몇 시에 여론조사를 하니 그 시각에는 일반 전화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라, 외출하지 말고 집에 있어라’는 식으로 민주당 측이 대응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정 회장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있었던 단일화에 승복했다. (중략) 그러나 투표 하루를 남겨두고 민주당의 욕심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유세장에서는 각본이 있어 5분짜리 연설이라도 단상에 누구누구가 올라가고, 옆에 누가 서는지까지 다 짜여져 있었는데, 공조기간 내내 노무현·정몽준 중심으로 짜여졌던 단상이 선거 전날 명동 유세에서 노 후보와 측근 국회의원, 그리고 맨 끝에 정 회장으로 짜여졌다”고 주장했다.
종로 유세 때 상황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우리쪽 사람들은 단상 근처에 아예 얼씬도 못하게 해놓고 단상 위를 민주당쪽 사람들로 채웠다. 청중들은 ‘대통령 노무현, 차기는 정몽준’ 이런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노 후보가 ‘노무현 다음에 정몽준이라구요. 아니 무슨 소리냐, 여러분 너무 앞서가지 마십시오. 우리 당에서는 경선을 합니다. 정동영, 추미애도 있습니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선거 유세가 끝나고 우래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정 후보의 부인 김영명 여사가 울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김 여사가 ‘세상에 그런 나쁜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우리 애 아빠를 그렇게 이용해 먹고 막판에 와서는 그런 식으로 버리느냐’라며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 후 ‘국민통합 21’ 측의 지지철회 결정이 내려졌고, 정 회장은 평창동 집으로 오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노 후보와 정대철 의원이 정 후보 집을 찾아왔을 때 상황을 ‘표정관리, 정치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밖에서는 민주당쪽 사람들이 정 회장을 만나자고 했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내가 가끔 입구로 가서 상황을 보고 왔다. 가만히들 서성거리다가 사진 기자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마치 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인 양 행동을 취했다. 표정 관리가 바로 그런 것이다. 정치인들의 쇼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