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챔피언의 영예. 벌써 세 개씩이다. 그런데 ‘컬렉터’가 팀 던컨(샌 안토니오 스퍼스)과 샤킬 오닐(마이애미 히트)이라면? 마이클 조던(은퇴)처럼 여섯 개를 모으더라도 쉽게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던컨과 오닐의 존재는 2일(한국시각) 개막하는 미 프로농구(NBA) 05~06 시즌에도 두드러질 것이다. 혼자 힘으로 팀을 단숨에 우승 후보로까지 만들 수 있는 거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엔 던컨(29·2m11)이 '절대 반지'를 차지했다. 스퍼스를 서부 콘퍼런스 1위에 올린 뒤 챔피언 결정전에선 2연속 패권에 도전한 디트로이트 피스턴스를 물리치는 데 앞장섰다. 1997~98시즌 신인왕에 뽑히고, 이듬해 첫 우승을 일군 이후 7년 만에 세 번째로 섰던 정상이었다. 던컨은 같은 기간에 결승 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세 번, 정규시즌 MVP를 두 번 했다.

성적으로만 따지면 마이클 조던의 신화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그동안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나 트레이시 맥그레이디(휴스턴 로키츠),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 화려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포스트 조던'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코비는 레이커스에서 3연속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오닐이 있어 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조던의 후계자는 바로 던컨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미스터 기본기'는 별명에 걸맞게 기복 없는 전천후 활약을 해왔다. 8시즌간 586경기에서 445번 두 자릿수 득점·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강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105경기에서 평균 23.8득점 13리바운드 2.79블록. 정규시즌 통산(평균 22.5점 12.2리바운드 2.5블록)보다 좋았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에게 받는 신임은 절대적. 감독의 배려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고향인 버진 아일랜드에서 동료들과 전지훈련을 했고, 모교인 웨이크 포리스트(노스 캐롤라이나주)를 찾아 시범경기를 했다.

성격은 연봉 1584만달러를 받는 선수답지 않게 수수하다. 전형적인 시골 청년 스타일. 옷장엔 제대로 된 정장 한 벌 없다고 소문났을 정도다.

샤킬 오닐(33·2m16)은 두말이 필요 없는 '골 밑의 제왕'이다. 그가 공을 한 번 잡기만 하면 상대 수비는 큰 혼란에 빠진다. 150㎏인 이 공룡을 확실히 막으려면 이중 수비나 반칙 말고는 뾰족한 수가 별로 없다. 1996년 NBA가 선정한 '역대 최고선수 50인' 멤버. 신인왕(1992~1993시즌), 세계선수권 우승(1994년), 올림픽 금메달(1996년)도 자랑스런 경력이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에서 옮기자마자 히트를 동부 콘퍼런스 정규리그 승률 1위팀으로 올려놨다. 동부 결승에서 피스턴스에 무릎을 꿇은 게 아쉬웠다. 두 번째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가 될 기회도 함께 놓쳤다. 절치부심. 지난 여름 5년간 1억달러에 재계약했다. 스스로 연봉을 1000만달러쯤 줄여 팀 연봉 상한액에 숨통을 틔웠다. 대신 팻 라일리 단장에게 우수 선수 영입을 주문했다. 덕분에 게리 페이튼, 앤트완 워커, 제이슨 윌리엄스 등이 가세해 '올스타급' 진용을 짰다.

유일하게 우승경험을 가진 오닐은 "선수 하나 하나를 묶는 게 내 일"이라며 리더 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자유투가 고질적인 약점. 던컨과 달리 '코트 밖 생활'이 화려하다. 음반을 내고, 영화를 찍고, 자동차 쇼 사회를 보는 등 연예계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는가 하면, 6월엔 피닉스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땄다. 경찰관이 되는 꿈도 갖고 있어 지난 여름엔 마이애미비치 경찰서에서 예비경찰로 근무하면서 용의자를 체포,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