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요즘 한창 영어 공부에 빠져 있다. 오전 훈련을 끝내면 거의 매일 영어 선생을 만나 개인 과외를 받는다. 구단과의 약속이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포르투갈)와 미카엘 실베스트르(프랑스)도 거친 '특별 코스'다. 그 덕분인지 그의 영어 실력은 쑥쑥 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이영표와 함께 개인 교습을 받아 기본적인 의사 소통은 가능하지만, 이제는 좀더 자유로운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요즘 새로 받은 과제는 집에서도 영어로 말하기. 감각을 잊지 말라는 얘기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지성이가 아주 뛰어난 영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흡족해하고 있다. 하지만 박지성 본인은 "아직 멀었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경기 전후나 연습 때 감독 말을 다 알아듣느냐"고 물었다. "아니, 감독님이 그렇게 빨리 말하는데 어떻게 다 알아들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긴 스코티시(Scottish) 억양이 강한 퍼거슨의 말은 천천히 말하더라도 알아듣기 힘들긴 하다. 'saturday'를 '사타다이'로, 'next match'를 '닉스 마아취'로 발음하는데, 듣고 있다보면 정말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가 절로 나온다.

정확한 발음도 박지성에겐 괴로운 문제다. 특히 동양인들에게 어렵다는 'r'과 'l' 구분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한다. 맨체스터공항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성적인 서포터였던 한 공항 이민국 직원은 박지성을 보고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민국 직원은 "여기서 누구랑 뛰고 싶었나요"라고 박지성에게 물었다. 박지성의 대답은 "(라이언) 긱스와 (웨인) 루니요"였다. 한글로 보면 평범한 대답이다. 그런데 이민국 직원에게 'Rooney'는 'Looney(미치광이)'로 들렸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민국 직원은 결국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아. 박지성이 벌써 우리 팀에 대해 파악을 다했구나. 루니(Rooney)가 약간 맛이 간(Looney)줄 어떻게 알았지. 저렇게 은유적인 표현을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다니 대단한 선수인걸!'이라고 말이다. 충분히 오해 살 수도 있을 법한 일이었는데도 박지성의 뛰어난 '재치'로 승화해 버렸으니 참 다행이다.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는 건 박지성뿐 아니다. 그를 아끼는 퍼거슨 감독도 최근 프랑스어 공부에 푹 빠져 있다. 매일 개인 교습을 받고 프랑스 스포츠지인 레퀴프를 읽는데,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60세를 훌쩍 넘긴 나인데도 배움엔 한계가 없나 보다. 욕심쟁이라 비난을 받는 퍼거슨 감독이지만 이런 욕심은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