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작업은 힘들지만 신이 났다. 신인 가수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태어나서 이만큼 의욕을 갖고 해본 일은 없었다. 특히 뮤직비디오 출연은 무척이나 떨리면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상대역은 재미교포 배우 릭 윤의 동생 칼 윤. 형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정말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그런데 키스신이 있다는게 아닌가.
아니, 드라마며 영화는 고사하고 교회 연극 한번 해 본 적이 없는 내게 키스신이라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라는 걸 해보는데 멀쩡한 남자와 키스신이라니. 이게 웬일이냔 말이다. 아무튼 속으로야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지만 겉으로는 너무도 태연한 척 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결국 칼 윤씨의 얼굴이 눈앞에 클로즈업됐고 입술이 맞닫는 순간, 나는 눈을 번쩍 뜰뻔했다. 뭔가 부드럽고 매끈한 것이 입안으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게다가 허리는 왜 이렇게 꽉 끌어안는거야. 영화건 드라마건, 한국에서의 키스신은 뭔가 살짝 댔다 떼는 거라고 하던데 이건 듣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컷' 소리가 났고, 몸을 떼고 나서도 칼 윤씨의 얼굴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아닌데 절로 "이거 엄마가 보면 안되는데…"라는 말이 불쑥 입으로 튀어나왔다.
우리 매니저도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리얼한 키스신"이라며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칼 윤씨가 내 놀란 표정을 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배우다. 연기를 하는데 있어 대충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의 키스를 표현하라기에, 감정을 담아서 연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제든 제대로 연기를 하겠지만(사실은 최근 '논스톱6'에서 살짝 맛을 봤다), 연기자로서의 자세란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걸 배운 셈이었다. 아무튼 칼 윤의 딥 키스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 (8부 끝)
(스포츠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