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해마다 물에 잠기는 이탈리아 도시 베네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수중 댐을 건설하는 '모세 프로젝트'가 격렬한 논란 속에 추진되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베네치아 지역 공무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베네치아는 유럽과 전 세계에 진주처럼 소중한 곳"이라면서 "모세 프로젝트와 관련된 의혹은 사라졌고, 이것이야말로 되풀이 되는 베네치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BBC방송이 29일 보도했다.

베네치아는 20세기 초만 해도 10년 동안 5번 만조(滿潮·해면이 최고로 상승한 상태)로 침수됐다. 반면 1993년부터 10년간은 만조로 물에 잠기는 경우가 50번에 달하는 등 침수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966년 11월의 침수 피해로 5000명이 대피한 이후 베네치아를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30년에 걸친 논란과 연구 끝에 2003년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현재의 '모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성경에서 바다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을 본떠 지은 이름이다.

이 프로젝트는 45억유로(약 5조4000만원)를 들여 오는 2011년까지 베네치아 개펄과 아드리아 해가 만나는 곳에 78개의 수중 댐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높이 28m, 너비 20m, 두께 5m 크기의 수문은 평소에는 해저에 누워있다가, 해면이 상승할 때는 공기가 주입되면서 일어나 이를 막아준다는 것〈그래픽 참조〉. 지난 2004년 5월 첫 수중 댐이 착공됐지만, 야당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워낙 거세 번번이 공사가 중단됐다.

이탈리아 야당과 환경단체, 마시모 카치아리 베네치아 시장 등은 모세 프로젝트가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를 '연못의 도시'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환경연맹의 프란체스코 페란티 대변인은 "베네치아 주변 바다에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이 도시를 물 고인 연못에 가두는 효과를 가져와 베네치아 개펄의 생태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 이탈리아 지부도 "유람선 통행을 금지하고 화물선 항구를 폐쇄하는 게 오히려 침수 피해를 줄이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모세 프로젝트는 야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백지화될 가능성도 높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