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박 MBC 밤 12시

태국을 대표하는 전통 무술이자 대중 스포츠인 ‘무에타이’의 영화적 가능성을 새삼 입증한 오락 액션물이다. 와이어 및 특수효과 등 일체의 인위적 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고난이도의 기예를 맘껏 과시하는, 100% 순수 리얼 액션이 그야말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주인공 팅 역의 토니 자는 지금까지의 액션 영웅, 이연걸이나 성룡, 심지어 가공할 위력을 자랑했던 이소룡의 액션과도 또 다른 맛을 듬뿍 선사한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불상 옹박의 머리가 도난당하자, 무에타이의 후예인 팅(토지 자 분)이 찾아 나서고 우여곡절 끝에 목적을 달성한다는 극 전개는 여느 할리우드 액션물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상투적이긴 하나, 실은 액션을 위한 일종의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을 감안하면, 대중 오락물로서 즐기기에 손색 없다. 영화의 액션이 워낙 압도적인 탓이다.

결정적 아쉬움은 토지 자의 외모가 예의 액션영웅들처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캐릭터 및 드라마 속으로의 몰입이 수월치 않다. 게다가 프라이드 등 최근 급속히 대중화된 신종 격투기들로 인해 영화 속 리얼 액션의 감흥이 그다지 강하게 다가서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와 더불어, 2000년대 들어 급부상 중인 태국 영화의 어떤 수준을 일별·확인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터.

원제 Ong-bak. 감독 프라챠 핀카엡. 2003년. 약 100분. 15세 이상. ★★★☆(5개 만점). 선정성 1/5. 폭력성 4/5.


가타카 EBS 밤 11시 30분

인간의 삶이 출산과 교육, 경험 등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전 공학 기술에 의해 결정된다는 섬뜩한, 하지만 점차 현실로 되어 가고 있는 제재를 극화한 SF 심리 드라마다. 유머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하기만 한 드라마라 다소 보기 불편할 수도 있겠으나, 에단 호크, 우마 서먼, 주드 로 등 화려한 출연진만으로도 놓치기 아깝다.

원제 Gattaca. 감독 앤드류 니콜. 1997년. 약 107분. 15세 이상. ★★★☆. 선정성 1/5. 폭력성 2/5.

(전찬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