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국 최고의 헌책방 밀집지역으로 유명했으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오랜 역사의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이 '부흥'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이를 위해 오는 12~25일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보수동 책방골목번영회 총무인 양수성(32)씨는 "보수동 책방골목이 책을 싸게 파는 장소로만 알려지고 손님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던 것을 벗어나서 책방골목 속에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문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해 책방골목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책방골목 일대와 가톨릭센터에서는 '헌책방 사진전'을 비롯, ▲각종 퍼포먼스 ▲시낭송회 ▲클래식·재즈공연 ▲부산 문화예술인 사진전 ▲아트북 전시회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물론, 책들을 할인해 판매하는 행사도 곁들여진다.
번영회 한 관계자는 "옛 추억과 향수만으로 찾는 곳이 아니라 책 이상의 문화가 있는 골목이 돼야 한다는 데 책방 주인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욱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번영회측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이미 700여만원을 들여 보수동 책방골목을 소개하는 홈페이지(www.bosub ook.com)도 만들었다. 150여m 정도의 이 골목길에 현재 영업 중인 책방 50여곳에 대한 소개가 올려져 있다. 홈페이지 덕분에 책방골목을 몰랐던 사람들이 더 찾아오고 전화도 많이 오게 됐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한국전쟁 전후 어려운 시기에 자연스럽게 형성돼 한때 책방들이 100여개를 넘을 정도로 전국적 명성을 누렸다. 그러나 경제 발전으로 생활 형편이 나아지면서 헌책에 대한 수요도 뚝 떨어져 요즘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지금은 헌책방보다 새책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서울 청계천의 헌책방들이 없어지면서 다시 국내 최대의 헌 책방거리가 됐다.
입력 2005.09.0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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