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가 중국에서 화려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학술·문화계뿐 아니라 당국이 주도하는 행사에서도 당당하게 부활했다. 소설가 루쉰(魯迅)으로부터 '봉건적 누습(陋習)의 근원'으로 비판받고, 문화혁명 때는 '봉건 노예제 계급의 이익을 대변한 타도대상 사상가'로 공격당했던 처지에서 중화 전통문화의 핵심으로 완전히 복권된 것이다.

중국은 이달 28일 공자 탄신 2556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국영방송인 CCTV는 이날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공자 제사를 4시간 동안이나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라고 산둥(山東)뉴스가 1일 보도했다. CCTV는 중국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 도시를 연결하는 다원 생중계 방식으로 이날 기념행사를 방송할 계획이다. 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시의 공자묘(孔廟)에서 진행되는 제사 현장 등 국내 10여개 도시와, 한국·일본·싱가포르·미국·독일 등지의 공자묘가 있는 주요 도시도 생방송으로 연결한다. 중국 본토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전통적인 의례절차를 보존하고 있는 한국 성균관의 석전대제 내용도 자세히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이 당국 차원에서 공자 제사를 주관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러나 지난해는 취푸시 시장·부시장이 참석하는 지방행사였다. 올해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중화민족문화촉진회·국제유교연합·중국문물학회·중국공자기금회·중국공묘보호협회 등 중앙 기관들이 공동 주최하고, 산둥성 지닝(濟寧)시와 취푸시, 공자묘가 있는 다른 지방정부들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전국적인 행사로 열린다. 행사 참석자도 중앙정부 지도자와 외교 사절, 해외 전문가들로 확대된다. 또 초·중학생 논어 낭송 대회와 기념공연 등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 행사에 앞서 공자를 중국 전통문화의 핵심으로 복권시키려는 시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문화계는 '중국 고전 암송 논쟁'이 벌어졌다. 개혁·개방 이후 심화되고 있는 부정·부패는 도덕의 붕괴 때문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유가 경전 등 중국 전통 고전을 어릴 때부터 암송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고전 암송 주창자인 유학자 장칭(蔣慶)은 "중화문화의 부흥은 어릴 때부터 틀어쥐어야 성인이 된 다음에 자연스럽게 도리를 알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산동성 취푸시 공묘에서 열린 공자 탄생 2555주년 기념행사. 취푸시 시장과 부시장 등 중국 지방정부 당국자가 처음으로 참석한 행사였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중국어와 중국문화 보급을 위한 '공자학교'를 세계 각국에 설립하기 시작했다. '공자 부활'에 당국과 학자들이 합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에서의 '공자 부활'로 상징되는 전통사상의 강조 흐름은 정치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개혁·개방된 지금 사회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공산당의 집권은 인민들에게 호소력을 얻기 힘들다"면서 "그래서 중국의 전통, 중화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애국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