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미디어 제국을 건설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의 집안의 속사정은 통속적인 3류 소설과 다름없었다.
루퍼트 머독의 장남 라클란 머독(33)이 최근 경영 일선에서 전격 사퇴한 것은 루퍼트의 젊은 아내와 전처 자식들 간의 재산권 분쟁이 원인이었다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일 보도했다.
라클란은 지난달 29일 사임하면서 "6년 동안 일했던 호주가 그립고, 아내 및 아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외신들은 머독가(家)의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 라클란의 해명과는 달리 재산권 분쟁과 아버지의 지나친 경영간섭이 그를 경영 일선에서 떠나게 했다고 전했다.
올해 74세인 루퍼트 머독은 3번 결혼해 모두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1956년에 결혼한 첫 번째 부인 패트리시아 부커와 사이에 딸 프루던스(46)를 낳았다. 두 번째 부인인 애나 토브와는 1967년에 결혼, 딸 엘리자베스(36)와 아들 라클란, 제임스(32) 등 3명의 자녀를 두었다. 1999년에는 애나 토브와 이혼한 뒤 중국인 웬디 덩(36)을 만나 그레이스(3)와 클로(2) 등 2명을 더 낳았다.
머독은 자신이 평생 벌어온 재산(50억달러)을 가족 명의의 신탁회사를 통해 운영해 왔다. 이 신탁회사가 뉴스코프의 지분 28.5%를 소유,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폭스TV, 뉴욕포스트, 런던타임스, 브리티시 스카이 브로드캐스팅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이 신탁회사의 운영은 8명의 이사들이 담당하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아내에게서 난 4명의 자녀들이 각각 한 명씩 임명한다. 나머지 4명은 아버지 머독이 임명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으면 그의 임명권은 사라지고, 신탁회사는 자연스럽게 전처의 자식들에게 넘어간다.
이러한 재산상속 방법은 1999년 루퍼트 머독과 이혼한 애나 토브가 애쓴 결과다. 그녀는 루퍼트와 이혼하면서 자신의 몫을 일부 희생하는 대신, 루퍼트가 죽으면 자식들이 뉴스코프 제국을 공동 인수하도록 계약을 했었다.
하지만 루퍼트 머독이 70세에 가까운 나이에 뉴스코프의 계열사인 홍콩스타TV의 젊은 임원 웬디 덩을 만나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덩이 새엄마로 들어와 자기 자식을 낳으면서 전처 자식들과 재산권 분쟁이 시작됐던 것. 덩은 루퍼트가 별도로 보유한 1%의 뉴스코프 지분 등 2억달러어치의 주식을 상속받을 수 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두세 살짜리 어린 자식들이 신탁회사의 임원 임명권을 갖길 덩이 원했다"며 "그래서 아버지 머독이 라클란 등 전처 자식들에게 계약 수정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물론 전처 자식들은 크게 반발했다. 어머니의 희생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아들 간의 갈등은 깊어졌고, 아들의 경영에 대한 아버지의 간섭도 심해졌다. 결국 라클란은 이러한 갈등과 반목 끝에 뉴스코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김기훈특파원 )
입력 2005.08.02. 16:16업데이트 2005.08.03.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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