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멤버들이 지난 30일 오후 MBC 생방송 출연 도중 하의를 벗어 성기를 노출시킨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음주, 마약 복용에 대해 1차 소변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으나 정밀 검사를 위해 신모(26)씨와 오모(20)씨 등 3명의 머리카락을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이 평상시 클럽에서 공연할 때 분위기가 고조되면 옷을 벗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 인디밴드 '럭스'와 '카우치'가 소속된 음반사 '스컹크'(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신씨는 경찰에서 "친구(럭스의 리더 원종희)를 위해 분위기를 띄워주자고 미리 얘기했을 뿐 사전에 옷을 벗자고 얘기한 적은 없다"며 "생방송되는 것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또 "즐겁게 해보려고 그랬는데…이렇게 파장이 일어날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내가 좋아서 흥에 겨워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 MBC는 31일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어 사고를 일으킨 가요프로그램 '음악캠프'를 6일부터 중단키로 했다. MBC 제작진은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들이 '알몸 퍼포먼스'를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영희 MBC 예능국장은 이들이 ▲얼굴을 가린 점 ▲한번에 벗기 쉬운 의상을 입고 속옷도 입지 않은 점 ▲리허설 때 제작진에게 '카우치'라는 그룹의 멤버라고 솔직히 말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명백히 제작진을 기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인디밴드나 다양한 가요를 소개하려는 노력이 이 사건으로 인해 위축, 시청자들에게 편중된 음악만 소개하던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이날 밤 9시 뉴스에서 노출 장면을 5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보도, "경쟁사 뉴스가 더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노출 장면이 방송된 시간은 모두 30초 가량으로 전체 보도시간 1분28초의 3분의 1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KBS는 느린 화면으로 노출 장면을 편집해 보여주기도 했다. 자료화면은 뿌옇게 처리를 했지만 출연자들의 신체 윤곽이 드러나 나체로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SBS 8시 뉴스도 두 차례 16초에 걸쳐 모자이크 처리된 자료화면을 방송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자사 관련 보도를 내보냈지만, 사고가 난 부분을 보여주지 않았다.
김창근 방송위원회 지상파 심의부장은 "이번 사건은 방송의 윤리성에 저촉될 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1996년부터 활동한 펑크그룹 '럭스'는 올 3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록 부문 최우수상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카우치'는 홍대 클럽 등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지명도는 별로 없는 그룹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