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첫사랑과 같은 섹스의 행복을 드립니다. 19세 여자...'등으로 개인 매춘을 알선하는 문자메시지

'짠스스다이(鑽石時代·다이아몬드시대)'. 베이징(北京)에서 제일 비싸다고 소문난 룸살롱이다. 룸으로 들어서는 통로 인테리어와 장식품이 일류 호텔 멤버십클럽보다 낫다. 룸은 대형 TV 앞에 큰 소파가 띄엄띄엄 있는 것이 호화로운 거실 분위기다. 접대부들은 키가 170㎝가 넘는 19~24세의 젊은 아가씨들. "50% 이상이 대학 재학생"이라고 마담은 귀띔한다. 접대부 팁은 다른 룸살롱의 2배, 술은 최저 수준이 발렌타인 17년산. 4명이 술을 한 병만 시켜도 술값은 1만~1만2000위안(약 125만~150만원)이다. 중국 노동자 1년 수입보다 많다.

이 룸살롱이 있는 곳은 중화부녀연합회(中華婦女聯合會) 직속의 중국부녀활동센터 빌딩 지하 1층. 천안문에서 불과 2㎞ 떨어진 창안제(長安街)에 있다. 창안제는 천안문과 중난하이(中南海)·인민대회당·안전부 등 국가 핵심기관이 있는, 베이징의 중심축. 더구나 여성 권익 보호의 심장부에 최고급 룸살롱이 들어서 있다. 우리로 치면, 여성가족부 건물 지하에 고급 룸살롱이 있는 셈이다.

개혁·개방 26년. 중국은 '발전이야말로 확고한 도리'(發展才是硬道理)라는 덩샤오핑의 구호 아래 초고속 성장을 질주해 왔다. 경제력은 34배로 커졌다. 그러나 정치적 자유는 억압하고 부(富)에 대한 욕구는 풀어놓으면서 퇴폐향락과 금전만능이 뒤엉킨 천민자본주의라는 고질병을 키웠다.

중국에 '권전교역(權錢交易·권력과 돈의 거래)', '권색교역(權色交易·권력과 섹스의 거래)'이란 유행어가 있다. 지난 5월 하이난(海南)성 린가오(臨高)현 덩산훙(鄧善紅) 도시감찰대장이 거액의 수뢰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무려 6명의 첩을 두고 있었다. 전통시대의 축첩(蓄妾) 문화가 현재 중국 부유층과 부패 간부들 사이에 되살아났다. 부녀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된 고위 간부의 95%가 내연 관계가 있었고, 60%는 아예 첩을 두고 있었다. 공산당이 기율처분조례에 '첩 금지' 규정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중국 베이징의 한 룸살롱, 대기실에 모여있는 젊은 접대부들

권력이 돈으로 직결되니 매관(賣官)도 심각하다. 2003년 헤이룽장(黑龍江)성 쑤이화(綏化)시에서는 중국 최대 매관매직 사건이 있었다. 쑤이화시 마더(馬德) 당 서기는 시장직을 90만위안(약 1억1250만원)에, 현장(縣長)직을 70만위안(약 8750만원)에 팔았다. 중국에는 말단 행정단위까지 인사철만 되면 떠도는 '바오관(保官)'이라는 말이 있다. 자리를 지키려고 상사에게 돈을 바치는 것을 말한다. 마더가 특별한 예외가 아니란 말이다.

'처녀를 열어볼 생각이 없느냐'(愿意不愿意開處女).

베이징에서 비철금속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천핑(陳平·38·가명)씨가 최근에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다. 자주 다니는 룸살롱 접대부가 보낸 것이었다. '고향에서 막 올라온 친구가 처녀성을 팔겠다고 하는데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처녀성 매매는 중국 대도시 유흥가와 인터넷 공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천씨는 "처녀성 매매는 누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자발적인 것"이라며 "아가씨에 따라서 보통 5000위안에서 3만위안(약 62만~375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진다"고 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서 3층짜리 대형식당을 소유하고 있는 궁허(?和·45·가명)씨. 그는 과거에 의사였다. 1989년 천안문사태 때 탈진해 쓰러져 가는 학생들을 돌보는 의료봉사대로 참여했다가 당위원회의 비판을 받고, 옷을 벗었다. 당시 그의 월급은 50~60위안(약 7500원). 지금은 렉서스를 몰고 다닌다. 지금 그가 추구하는 것은 향락이다. 그의 인터넷 메신저 대화명은 '담장 위에 앉아 붉은 살구를 기다린다'. 중국에서 유부녀가 외도하는 것을 '붉은 살구가 담장을 넘는다(紅杏出墻)'고 하는 데서 따왔다. 그는 "살구를 여럿 만나 즐겼는데, 돈이 없으면 어떻게 이런 생활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좌절된 민주화의 희망은 성공한 중년 남자를 돈과 쾌락 추구로 빠져들게 했다.

극도의 금전만능과 향락 풍조는 중국의 섹스 산업도 급속 팽창시켰다. 베이징과 광저우(廣州)·선전·다롄(大連)·선양(瀋陽) 등 대도시에는 매춘부가 2만~5만명씩에 달한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베이징에서 1993년 처음 문을 연 섹스용품점은 지금 2000여개나 된다. 중국 섹스용품 시장은 세계시장의 70%(1000억위안·약 12조5000억원)를 차지한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포장된 중국식 자본주의는 섹스와 향락, 극단적인 금전만능주의란 질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베이징=조중식 특파원 js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