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정복’이라는 이름의 두꺼운 참고서를 기억하시는지? 그냥 ‘정복’으로도 모자라 ‘완전정복’이라고 못박은 데서 묻어나는 수험생들의 그 절박함. ‘영어완전정복’은 한번쯤 그 절박함을 경험한 이 땅의 모든 남녀에게 바치는 영화다. 영화가 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영어 때문에 고생하기는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동사무소 직원인 영주(이나영)는 세금고지서를 들고 항의하러 온 외국인에게 말 한마디 못 하고 쩔쩔매다가, 선배들에게 등 떠밀려 영어 회화학원에 등록한다. 같은 반 문수(장혁)에게 반한 영주는 영어공부를 핑계로 그에게 접근하지만, 문수는 외국인 회화 선생님만 바라본다.
‘영어공부’라는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소재와 이나영·장혁이라는 배우 캐스팅이 주는 기대감이 상당했던 이 영화는 실망감 또한 상당히 안겨주었다. 미리 예고하지만 시나리오는 엉성하고,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도 이 드라마에서는 살아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I’m very sorry” 대신 “Sorry very much” 같은 콩글리시를 남발하는 이나영은 귀엽게 봐주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에서 털털한 이미지를 선보여온 이나영이지만, 치열교정기를 끼고 히죽거리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