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마누라 2 SBS 밤 11시55분
‘친구’의 해였던 지난 2001년, 53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전국을 ‘조폭(영화)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흥행 대박작 ‘조폭 마누라’ 두 번째 이야기다. 조폭계의 살아 있는 전설인 가위파의 여두목 은진(신은경)은 상대 조폭 조직 백상어(장세진)파와의 대결에서 기억이 상실되는 사고를 당한 뒤 퓨전 중국 요리 전문점 ‘슈’의 배달직원으로 등장한다. 1편과는 또 다른 웃음과, 나아가 일말의 페이소스마저 선사하는 설정이다.
전작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흥행 성적에서 짐작되듯, 자극적 재미에선 1편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게 사실. 그렇다고 미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다소 덜 폭력적이어서 영화 보기가 덜 부담스럽다. 증가된 코믹 코드의 설득력도 다소 강화되었다.
타고난 싸움꾼으로서의 기질을 발휘해 은진이 은행강도를 잡고 ‘용감한 시민상’을 받는다는 설정도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특히 주방장 재철(박준규) 그리고 재철의 딸 지현(류현경)과의 관계에서 형성되거나 표출되는 ‘유사가족적 유대감’은 1편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2편만의 어떤 문제의식이다. 유감스럽게도, 은진이 ‘돌아온 전설’로서 가위파에 복귀하는 순간부터 그런 미덕들은 이내 잊히고 말았지만.
감독 정흥순. 2003년. 110분. 15세 이상. ★★☆(5개 만점). 선정성 1/5. 폭력성 3/5.
D-13 MBC 밤 12시
1962년 10월에 발생했던 소위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 시절 소련과 미국 간의 핵전쟁만이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던 20세기 세계 정치사의 일대 위기였다. 생전의 존 F 케네디가 이룩한 최대 치적 중 하나가 그 위기를 해결한 것으로 간주될 정도였다.
‘노 웨이 아웃’의 감독 로저 도널드슨이 케빈 코스트너와 다시 뭉쳐 빚어낸 영화는 그 위기가 빚어진 13일 동안의 워싱턴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다큐성 정치 스릴러이자 역사물이다. 물론 그 지독한 미국 중심적 시각이 짜증날 수는 있겠지만.
원제 13 Days. 2000년. 약 110분. ★★★. 선정성 1/5. 폭력성 2/5.
(전찬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