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니 짜릿했다”, “한국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싼 가격에 여자를 살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해외 기생관광을 위해 개설된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 있는 경험담들이다. 오늘도 많은 한국 남자들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그들만의 쾌락을 위해…

현지인들이 말하는 실태

국내 T여행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태국의 유흥가 소이 카우보이일대의 모습. 이곳은 한국 남성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유흥지 중 하나다.

베트남에서 현지 가이드를 하고 있는 헤이엔 우반(남·25)씨는 "아가씨를 찾는 한국 손님이 많냐"는 기자의 질문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그는 '아가씨'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는 알고 있는 듯했다.

우반씨는 "한국 남자 관광객 거의 대부분이 밤에 아가씨가 나오는 술집이 어디 있는지 묻는다. 한국 관광객들은 '아가씨'를 매우 좋아한다"며 "술 취한 한국 남성이 현지 아가씨와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여행사 월드 트래블의 베트남 현지 가이드인 이효용씨는 "한국 관광객들이 술집 아가씨들이 2차에 안 간다고 폭행해서 물의를 빚은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러시아·여성·인권'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모스크바대학 박사과정 정재원씨는 "기생관광 오는 사람뿐 아니라, 현지 공관이나 국내 기업의 러시아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한국 남성들의 추태는 현지에서 악명 높다"고 말했다. 정씨는 "한국 남성들의 추태는 가지가지다. 금발머리가 신기하다고 러시아 여성들 머리채를 당기거나 말대꾸한다고 따귀를 때리는 등 행패를 부려 '건실한 한국인'의 이미지가 무너질까 두렵다"고 했다.

작년 11월 방콕에서 열린 아동성매매방지 국제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한 동덕여대 여성학과 김경애 교수는 "대회장에서 동남아시아 대표들이 한국 남성의 기생관광에 대해 심하게 질책하는 바람에 수치스러워 혼이 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일본이 기생관광으로 악명 높았으나 이제는 한국이 그 뒤를 잇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한국 남성들의 왜곡된 성의식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생관광 정보

"A급 가라오케에는 업소당 아가씨들이 300명 정도 된다. 아가씨 2~4명을 부를 경우 가격이 250달러에서 300달러 정도 된다. 마음에 드는 아가씨 하나를 불러서 놀면 팁으로 20만원만 주면 된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베트남 섹스관광을 위한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중국 밤문화 체험' 카페에도 "우리 돈으로 12만원만 투자하면 2차까지 즐길 수 있다"는 유의 정보들이 올라와 있다. 이 카페 회원들은 지난 1월, 희망자들끼리 회비 27만원을 걷어 3박4일 중국 기생관광을 다녀오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이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와 홈페이지가 수십여 개 있다. 이 중 어떤 웹사이트는 6개월치 회비 30만원을 낸 정회원만 로그인할 수 있도록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19홀' 찾아 떠나는 사람들

골프여행사 골프나비의 안화중 과장은 "여행사에 노골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19홀은 가능하냐(현지 여성과 2차를 즐기는 과정을 은어로 19홀이라고 한다)' '현지에서 2차 비용이 얼마냐'고 노골적으로 묻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행진여행사의 조성일 과장 역시 "솔직히 동남아로 골프여행 가는 사람들 중 일부는 현지에서 여자를 산다고 보면 될 것"이라면서 "꼭 그 목적을 위해서 해외에 나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현지에서 운동하고 술 먹으면 여자를 찾게 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