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동쪽으로만 간 게 아니고, 서쪽으로도 갔다는 연구가 나왔다. 인도에서 탄생한 부처의 삶과 가르침은 동쪽으로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까지 전해졌고 북쪽으로는 독특한 티베트 불교로 이어졌다. 동쪽으로 가서 '종교'가 된 것이다. 남쪽으로는 소승불교 형태로 동남아 여러 나라에 전파됐다. 그러나 서쪽으로 가서는 종교가 아닌 '설화'가 되었다는 것.
동서문화교류연구소(연구팀장 이종화·명지대 교수)는 중세 아랍과 유럽 문헌을 분석한 결과 '부처 설화'가 페르시아, 그루지야, 그리스를 거쳐 스페인으로 전파됐고 부처는 중세 기독교 세계 속에서 성인(聖人)으로 추앙받았다고 주장한다. 연구에 참여한 김헌 서울대 강사는 인문교양잡지 '안띠꾸스' 6·7월호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선보였다.
부처는 산스크리트어로 '붓다(Buddha)' 또는 '보디삿타(Bodhisatta)'. 고대 페르시아어로 작성된 마니교 관련 6~7세기 문헌에서 '보디사브(Bodisav)'로 등장한다. 8세기 무렵 아랍어 판본에서는 다시 '부다사프(Budahsaf)'가 되고, 10세기 그루지야어로 번역된 판본에서는 '요다사프(Iodasaph)'가 됐다. 11세기 그리스어 판본에선 기독교 수사(修士) '요아사프(Ioasaph)'로 바뀌고, 마지막으로 스페인에선 기독교의 성인 '호사파트(조사파트·Josaphat)'가 된다. 연구팀은 예수의 아버지 '요셉(Ioseph)'이란 이름도 부처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스의 '바를람과 요아사프 왕자 이야기'에서 요아사프 왕자의 삶은 부처의 삶 그대로다. 이야기의 배경은 인도. 궁중에서 탄생한 요아사프 왕자는 장님과 병자, 노인을 목격하고 생로병사의 고통과 실존의 허무함을 깨닫는다. 금욕적인 고행과 순례의 길을 떠나는 점도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왕자는 스승 바를람을 만나 기독교로 개종한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다시 스페인으로 건너가 15~16세기 '바를람과 호사파트'로 번역됐다. 여기에서 호사파트는 부왕(父王) 아베나르와 종교적 대립 끝에 기독교를 지켜낸 성인으로 추앙된다.
입력 2005.06.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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