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연기는 처음이라 연기하면서 불안했는데, 촬영장에서 사람들이 워낙 편하게 대해줘서 편했어요(앤젤리나 졸리)." "제일 웃긴 농담은 주로 졸리가 했죠(브래드 피트)."
진짜 부부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다.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Mr. And Mrs. Smith)의 기자회견은 농담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결혼발표회견을 방불케 했다. 주황색 가죽 재킷을 걸친 피트는 졸리가 답변할 때마다 끼어들어 장난을 쳤고, 검은 원피스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졸리는 피트가 농담할 때 큰 입을 활짝 벌리고 웃었다.
"졸리 때문에 브래드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턴이 이혼했다", "피트가 졸리와 살 집을 이미 사놨다" 등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열애설의 주인공인 피트와 졸리. 하지만 두 사람은 로맨스에 관한 질문은 피해가면서도, 서로에 대한 친근감은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영화 속 미세스 스미스처럼 요리를 잘하냐"는 질문에 졸리가 "음…, 사실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어요"라며 무안한 웃음을 지으면, 피트가 "나는 시리얼 요리(우유에 곡물을 타먹는 것) 만들 줄 아는데" 하며 끼어들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상대방의 정체를 모르고 결혼한 1급 킬러 부부가 결혼 6년 만에 정체를 알게되면서, "너 죽자"며 덤벼드는 액션·로맨틱 코미디 영화. 주먹과 무기를 총동원한 이들의 격렬한 전투는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한다. 더 냉혹하게 공격하는 쪽은 '툼레이더 여전사' 졸리다. "처음 싸움장면을 찍을 땐 브래드가 '세상에, 내가 당신을 때려야 하는군' 하며 탐탁지 않아 했어요. 하지만 며칠 찍다 보니 누가 누구를 한 대라도 더 치려고 경쟁하기 시작했지요."
미세스 스미스가 남편보다 더 터프하게 묘사되는 데 대해 한 기자가 남녀 역할이 바뀐 것 같다고 하자 피트는 "논란은 있습니다만 여러분, 제가 미스터 스미스가 맞습니다"라고 재치있게 받았다. 덤벙거리고 껄렁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미스터 스미스의 캐릭터에 대해 졸리는 "실제 브래드 피트와 똑같다"며 웃었다.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졸리는 "부부 사이에도 서로를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했고, 현재 제니퍼 애니스턴과 이혼소송 중인 피트는 "살면서 항상 초심을 유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죽은 것 같았던 관계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다시 시작된다는 게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여배우로 불리는 앤젤리나 졸리. 하지만 그녀는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다. 졸리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 친선대사로서 수년째 난민구호 활동과 기부에 앞장서 왔고, 2002년 캄보디아에서 입양한 아들 매덕스를 키우고 있다. 졸리는 이날 "탈북자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며 "여건이 되면 북한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엔의 에이즈 확산방지운동에 참여하며 자동차를 환경친화적인 모델(도요타 프리우스)로 바꾸는 등 최근 부쩍 환경과 빈민에 대해 적극적이 된 브래드 피트는 "산업화된 국가들이 아프리카의 미개발국가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트 역시 졸리의 영향을 받아 최근 미국 GQ와의 인터뷰에서 "곧 아프리카로 날아가 두 팔로 안을 수 있는 만큼, 아이들을 모두 데려와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연인'은 취향뿐 아니라, 사회사업도 닮아가는 모양새다.
( 샌타모니카(미 캘리포니아주)=이자연기자 ach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