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성문화-최종

Na세대에게 성(性)은 더 이상 금기어(禁忌語)가 아니다. 이 학교 총여학생회는 지난해 11월엔 페미니즘 문화제에서 여성용 자위기구 전시회를 열었다. 경희대 총여학생회도 지난해 말 여학생 MT 때 같은 행사를 가졌다. "여성도 성욕을 해소시키는 방법을 알고 즐길 권리가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인 남동우(25)씨는 지난주 콘돔의 비닐 포장에 형광물질을 칠해 깜깜한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로 특허 출원을 받았다. 남씨는 이 아이디어를 지난 4월 '벤처창업론'이란 학교 수업에서 처음 내놓았다. 담당인 정승화 교수는 "톡톡 튄다"며 격려해줬다. "깜깜한 곳에서 콘돔을 어디 뒀는지 몰라서 그냥 관계를 가졌다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지요." 그는 "성문화가 개방되는 만큼 책임감 있는 젊은이들의 성생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J대 여학생 박모(26)씨는 2003년 10월 축제 때 배포된 팸플릿에 '재미있게 섹스하는 법'이란 글을 실어 대학가에 화제를 뿌렸다. 박씨는 "너도 한번 이렇게 해봐라, 섹스가 즐겁다는 식으로 썼다"며 "제 남자친구의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팸플릿 끝에는 '궁금하면 나한테 오라'고 적었다고 한다.

'모텔가이드'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수는 74만800여명이고, 이들의 평균 나이는 27세다. 'H모텔은 침대 쿠션이 나쁘다' 'K모텔은 방음이 잘돼 좋다'…. 모텔 내부를 찍은 사진과 함께 다양한 모텔 품평회가 올라 있다. 대학가 모텔은 대형TV나 인터넷은 기본이고, 월풀·스파욕조와 홈시어터를 갖춘 곳도 있다. 이모(여·21)씨는 "날씨 나쁜 날, 밖에서 괜히 돈 쓰고 고생하는 것보다 편안한 모텔이 데이트하기에 더 좋다"며 "남자친구와 모텔로 소풍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S모텔 지배인은 "주고객인 20대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룸을 8가지 종류의 다양한 인테리어로 꾸몄다"며 "요즘은 분위기를 따지는 여자들에게 모텔 선택권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A대학의 여대생 전용 인터넷 게시판. 한 학생이 "남친(남자친구)이 요즘 관계를 맺을 때 예전보다 심드렁한 것 같아 고민"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일단 감정적 교감이 중요하다. (섹스를) 당연한 걸로 여기지 마라" "남자가 콘돔을 싫어해도 꼭 피임은 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붙었다. 이곳에는 '성적 불감증에 대한 고민' '피임법' '자위행위법' 등 1800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연세대 교양과목 중엔 '성과 인간관계'라는 수업이 있다. 수강생은 남녀 학생 70여명. 이들은 수업 도중 다양한 색깔의 콘돔을 들고 "콘돔을 끼면 성적 만족감이 줄어드나" "얇은 콘돔을 사용하면 임신 확률이 높아지나"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목을 맡고 있는 장순복 교수는 "옛날에는 학생들이 성관계를 갖느냐 마느냐를 고민했으나 요즘은 성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정서적 관계나 즐거움 등을 주제로 성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도록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