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모세

"사랑인걸 사랑인걸 지워봐도 사랑인걸 아무리 비워내도 내 안에는 너만 살아."

이 후렴구에 익숙하다면 당신은 아직 젊다. 요즘 젊은이들 휴대폰에서 벨소리와 통화연결음으로 가장 많이 울려퍼지는 노래, 모세(25)의 '사랑인걸'. 꺾거나 비틀지 않는, 단아하고 청명한 목소리가 오래된 스타일의 한국식 발라드에 제대로 스며들었다.

"요즘 음악들이 갈수록 화려해지잖아요. 가창력을 앞세운 가수들은 자꾸 노래를 어렵게 부르고. 솔직하고 담백한 소리를 담는 데 주력했죠."

'사랑인걸'이 담긴 모세의 데뷔앨범은 지난 3월 10일 세상 빛을 봤다. 그리고 불과 3개월 만에 모세는 가장 주목받는 신인가수가 됐다. 중학 시절, 농구선수로 뛰었던 그는 NBA에 진출한 하승진의 모교인 농구명문 삼일고에 스카우트됐지만 "넌 공부해야 되는 사람"이라는 어머니 고집을 꺾지 못해 운동을 그만뒀다. 하지만 그의 끼와 근성은 다른 곳으로 흘러들었다. 학교 축제에서 연주하는 교내밴드의 멋진 모습을 보고 "가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것. 고교 시절부터 각종 가요제에 나가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봤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아예 집을 나와 밴드생활을 했다. 서울음반에서 주최한 인터넷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 2002년 1월.

"우연이었어요. 선배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밴드 생활하는 과정에서 폐렴, 천식이 겹쳐 건강이 안 좋아졌죠. 그래서 집에서 요양하고 있는데, 심심해서 인터넷 서핑 하다가 오디션 공고를 봤던 겁니다. 별 기대없이 노래했는데 거참 인생이란 게…."

가수 데뷔하기 전 병역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의무병으로 군대를 다녀왔고 작년 8월 제대했다. 휴가 때마다 모세는 기획사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연습과 녹음을 거듭했다. 작업과정은 꽤 길었던 셈. 그는 "군에 있으면서 조바심은 별로 느끼지 않았다"며 "어차피 가야 될 곳이라면 빨리 마무리짓고 싶었다"고 했다.

"한때 술집에서 통기타 들고 노래하며 아르바이트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가끔 손님들이 던진 물건에 맞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항상 박수를 받잖아요. 삶에 지칠 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쉼표' 같은 음악을 하는 가수로 남고 싶어요."

(최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