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 연등이 걸려 있다. 아기 부처가 이 땅에 온 날이 가까워온다. 초여름 길목이라 눈을 돌려보면 어디나 눈부신 풍광이 펼쳐진다. 결함의 세계와 고(苦)의 인생에 기뻐하고 좌절하기에 아름다운 풍광은 더 돋보인다.
부처는 제자 아난에게 “늙고 죽고 슬퍼하고 고통에 시달리고 절망에 빠지는 존재인 인간은 아름다운 것과 친교를 맺음으로써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아름다운 것과의 친교가 고귀한 생활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라고 말한, '미(美)의 애호가' 부처의 말대로, 일시적인 이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 자체도 부처의 탄생을 기뻐하는 하나의 길일 게다.
이번 봄에 부처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두 권의 책 '인도로 간 붓다'(암베드카르 지음, 청미래)와 '숫타니파타'(법정 옮김, 이레)를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앞의 책은 20세기 현대에 쓰였고, 뒤의 책은 초기 불경이다. 2000년 세월을 격한 책이 우연히도 부처 본래의 주장에 바짝 접근하도록 이끈다.
암베드카르는 내세나 구원, 금욕보다 현세, 구도, 탐욕의 절제를 부처가 가르쳤다고 하며, 현세에서 올바른 생활을 영위하여 열반, 즉 니르바나에 도달하기를 추구하는 삶을 희구하였다.
저자는 인도의 최하층계급인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출신으로 초대 법무장관직에까지 오른 사회개혁가로서 1956년 불가촉천민 수십만명을 이끌고 불교로 개종하였다.
사회의 불평등에 희생된 천대받는 자들이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 올바른 깨달음을 얻어 올바른 생활을 영위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인류의 평등이 실현되기를 희망한 사람이다. 건강하고 올바르며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인생의 가치를 중요시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부처는 "건강보다 더 큰 은혜는 없으며, 만족할 줄 아는 마음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라고 '법구경'에서 말한 바 있다.
나태한 생활을 혐오하고 무기력함을 경멸하며 언제나 자신의 일에 근면하게 전심전력할 것이며, 결코 부자를 미워하고 빈곤을 옹호하지 않았다고 암베드카르는 보았다. ‘숫타니파타’를 읽다보니 그가 말한 아름다운 인생의 모습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만족할 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않고, 잡일을 줄이고 생활을 간소하게 하며, 모든 감각이 안정되고 지혜로워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남의 집에 가서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살 만한 비열한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그처럼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다 행복한 사회와 인간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희구해본다
(안대회·명지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