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프로농구 TG삼보의 연고지 원주시 김기열 시장은 9일 "TG삼보 농구단으로부터 매각방침이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TG삼보측으로부터 농구단이 매각될 경우에도 원주시로 연고지를 유지할 것을 구두로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TG삼보 농구단이 다른 지역 또는 기업으로 매각되는 어떤 경우에도 연고지는 원주로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겠다는 구단측의 약속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원주시와 강원도는 강원도 연고의 건설업체인 현진건설을 비롯해 대기업들과 인수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TG삼보의 모기업인 삼보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TG삼보 농구단 매각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결정사항은 하나도 없다"고 원주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상태가 악화됐지만 아직까지도 TG삼보 농구단의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에 매각에 대해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TG삼보의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최형길 단장은 "루머일 뿐이다. 절대 매각은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원주시의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예전부터 TG삼보측은 농구단 매각작업을 은밀히 진행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삼보컴퓨터는 TG삼보의 매각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원주시는 이미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와 원주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주시는 TG삼보가 올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원주'를 전국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농구단을 유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2년 전부터 TG삼보 농구단 매각설은 꾸준히 흘러나왔다. 모기업 삼보컴퓨터의 극심한 경영난 때문이다. 삼보컴퓨터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컴퓨터 중저가 시장이 불황으로 얼어붙었고, 설상가상으로 삼성과 델 컴퓨터마저 경쟁에 가세하면서 판매가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해 온 삼보컴퓨터는 2단계 구조조정으로 70여명의 직원마저 축소하고 있어 농구단을 유지하는데 한계상황에 왔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TG삼보를 인수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2년전 코리아텐더를 인수하려 했다가 KTF에 선수를 빼앗긴 CJ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꾸준히 스포츠마케팅을 추진해 온 CJ는 사원들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남자프로농구단을 인수 1순위로 꼽았다. CJ는 매출 1조, 순이익 1000억원이 달성되는 내년쯤이 프로농구단을 인수할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지만, 5년간 150억원을 투자한 여자골프 박세리의 극심한 슬럼프로 홍보에 역효과를 내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걸림돌은 인수대금이다. '김주성 프리미엄'을 가진 TG삼보는 적게는 80억여원, 많게는 100억여원을 내심 생각하고 있지만, 2년전 30억원에 SK빅스를 인수한 전자랜드와 27억원에 코리아텐더를 산 KTF의 예를 비춰볼 때 액수가 너무 크다. CJ는 농구단 인수로 50억원 이상은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