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3일 밤 9시쯤. 심우연(4)군이 한걸음에 달려나왔다. ‘삼촌들’은 우연이를 번쩍 들어올려 세발자전거에 태웠다. 삼촌들의 어린이날 선물이다. 삼촌은 모두 7명. ‘심사모’(심재호를 사랑하는 모임)라고도 불린다. 심재호씨는 우연이의 아빠다. 작년 8월 서울 마포에서 폭행범 이학만을 검거하다가 이학만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순직했다. 우연이는 아빠를 잃었으나 삼촌을 7명이나 얻었다. 아빠와 함께 ‘서울청 202경비대’에 있던 선·후배들 6명과 아빠의 10년지기 친구 이명섭씨다.

‘삼촌들’이 찾아왔다. 고(故)심재호 경위의 아들 심우연군이아빠의 옛 직장동료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세발자전거를타면서 기뻐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우연이의 엄마다

우연이는 삼촌들에게 '궁둥이춤'과 '개다리춤'을 보여주었다. 두 춤은 우연이의 특기다. 케이크에 대고 소원을 빌어보라는 말에, 우연이는 "아빠처럼 충성할 거야(경찰될 거야)"라고 말했다. 액자 속의 아빠를 보고 실제 '충성' 하며 경례를 했다. 우연이는 아빠가 하늘나라에 나쁜 사람 잡으러 간 것이라고 아직 믿고 있다. 요즘도 가끔 엄마(황옥주)에게 "아빠, 왜 이렇게 안 와?"라고 묻는다. 황씨는 그때마다 "응. 하늘나라에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라고 말한다.

심씨의 후배 황운동(31·망원지구대) 경장은 "제가 심 선배에게 빚진 게 더 많다"며 "선배가 정을 너무 많이 주고 가서 평생 가도 못 갚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씨와 경찰동기인 전장현(35·서울청1기동대) 경위는 "재능도 많고 의리 있던 친구를 잃게 돼 너무 아쉽다"고 했다. 삼촌들은 가끔씩 우연이와 놀아주고 간다. 근처에 사는 황운동 경장은 이틀이 멀다 하고 찾아온다.

황옥주씨는 "삼촌들이 없었으면 우연이 어린이날도 제대로 못 챙겨줄 뻔했다"며 연방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황씨는 "작년 어린이날에는 아빠가 우연이 선물로 경찰차를 사 줬는데…"라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이런 황씨를 보고 우연이가 "엄마 힘들어? 내가 지켜줄게"라며 '엄마'를 꼭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