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종(韓時鍾) 서울 여의도공원 관리사무소장은 지난 4월 초 공원을 순찰하다가 깜짝 놀랐다.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해 놓은 '생태의 숲' 속 '생태연못' 주변을 걸어가는데, 뭔가 연못 속으로 '풍덩'하고 뛰어드는 소리가 10여 곳에서 동시에 들리는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연못에 뛰어든 것은 참개구리였다. 여의도공원에서 개구리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어서 한 소장은 서둘러 개구리들 사진을 찍고 서식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공원측은 여의도 샛강이나 한강 밤섬에 살던 개구리가 헤엄쳐 여의도에 상륙해 심야에 공원으로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스팔트 광장이 녹색 여의도공원으로 바뀐지 6년. 여의도공원이 작은 동물들의 천국이 돼 가고 있다.
공원에는 특히 이동이 자유로운 새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 생태의 숲 근처로 가면 맑은 새소리가 하루 종일 들린다.
작년 가을에는 크고 깃털이 화려한 직박구리(몸길이 27㎝)가 공원에서 여러 차례 발견돼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작년 여름 이후에는 멧비둘기와 박새도 수십 마리씩 발견되고 있다. 2003년 봄에는 청둥오리가 들어와 새끼 7~8마리와 함께 연못에서 살다가 10개월쯤 후 날아가기도 했다. 흰뺨검둥오리나 해오라기 같은 새도 가끔 보인다.
여의도공원 생태계를 조사하러 자주 나오는 이정우 삼육대 응용동물학과 교수는 "해오라기 같은 새와 철새들은 밤섬과 여의도공원을 자주 오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외 이름 모를 새 7~8종이 공원 내에서 자주 보인다는 게 직원들 얘기다.
1999년 초 이 공원 개장 후 처음 보인 동물은 토끼와 금붕어였다. 인근 주민들이 키우던 토끼와 금붕어를 이곳에 풀어놓았기 때문이었다. 토끼는 요즘 번식기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겨울엔 고양이 4마리가 공원 내에서 보여 공원 직원들이 잡아냈다. 토끼와 새들을 다 잡아먹을까 우려해서다.
여의도공원에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은 공원측의 노력 덕이다. 개장 초기부터 공원 부지 7만평 중 생태의 숲 3000여평에 사람의 출입을 금지했고, 이곳에는 농약을 전혀 치지 않았다. 생태의 숲은 곧 벌레들의 천국이 됐고, 이들을 잡아먹으려는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공원 주변에서 각종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직원들이 찾아가 소음과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겨울에는 새들을 위해 사료를 조금씩 뿌려줬다. 공원측은 오는 6월쯤에는 생태의 숲에 원앙과 꿩 5쌍씩을 방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