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어릴 때 신동이니 영재니 하던 아이가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평범한 아이로 전락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왜 이런 안타까운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날까요. 원인의 일부는 아이의 사고 패턴이고, 교육환경이 또 다른 원인이었습니다.

대개 영재는 두 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우뇌에 비해 좌뇌가 상대적으로 발달한 좌뇌우위형 영재, 좌뇌에 비해 우뇌가 더 강한 우뇌우위형 영재가 있습니다. 전자는 과학고에 많으며, 후자는 외고에 많습니다.

첫째, 순차적 사고가 뛰어난 좌뇌우위형 영재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땐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과 과학에 영재적 특성을 나타냅니다. 다만, 이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감성과 직관이 약해 창의성이 부족하고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이때 수학·과학 위주의 편협한 교육환경, 즉 과도한 수학·과학 경시나 영재교육은 아이의 창의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겨줍니다. 이러한 아이에게는 감성과 직관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인문사회 분야의 공부가 아이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만들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환경은 그렇지 못하기에 계속해서 영재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감성과 직관이 뛰어난 우뇌우위형 영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영재적 특성을 드러냅니다. 이 아이들은 IQ도 높지만, 감성과 직관이 훨씬 더 뛰어납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가르치기만 하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기억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수학문제는 머릿속으로 다 풀어 버립니다. 거기에다 창의성까지 뛰어나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강점은 나중에 약점이 됩니다. 이 아이들은 순차적 사고를 하지 않고 무엇이든 직관으로만 처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초등학교 때는 직관으로 수학을 비롯한 모든 과목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안진훈 MSC영재교육원 대표

그러나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직관적으로 바로 답이 나오지 않거나, 많은 단계의 순차적 사고를 요하는 수학문제가 나오면 더 이상 자신의 직관이 통하지 않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감으로 수학을 할 경우 자신의 직관에 자신감을 잃게 되고, 상대적으로 사고를 요하지 않는 감각적인 영어공부에 몰두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영어공부는 이제 아이의 창의성까지 죽이게 됩니다. 따라서 늦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 순차적 사고를 훈련시켜야 아이들은 안정적인 좌뇌 기반 위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습니다.

(안진훈·MSC영재교육원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