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의혹, 가정환경, 스캔들성 발언, CF의 억대 몸값 등극, 선행 사실의 유무, 인간성의 확인, 연기력 인정. 다름 아닌 여자 연예인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인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에서 올라야 하는 계단이다.
>>드라마 '로망스' PD의 모험 캐스팅
최근 일일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의 씩씩한 여주인공인 한혜진은 이른 시간 내에 이 모든 것을 다 통과했다. 고등학교 때 사진이 공개돼 그동안 받았던 성형 의혹을 씻어냈고, 식당을 하시는 부모님께 작은 힘이 되어 드려서 참 좋건만 어느 순간 소녀 가장의 슬픈 성공기 주인공이 되었고, 독도 사랑의 미덕을 발휘한 연예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자제품 광고도 찍었고 워낙 예쁜 두 언니들과 함께 찍은 세 자매 사진이 인터넷을 떠다니기도 했다. 여러 가지 변화를 겪으면서, 하루에 잠을 4시간 이상 못 자는 빡빡한 스케줄을 견디면서도 금순이 한혜진은 요즘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건전하고 재밌는 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시청률은 점점 높아가고,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금순이의 연기력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예대 시절,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에 출연한 뒤 모 스포츠지에 "하리수=한혜진?"이라는 기사가 나갔을 때는 내용을 떠나 하도 신기해서 친구들이랑 신문을 사고 "신문에 기사 났다"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이젠 한마디만 해도 기사화 되는 연예인이 된 셈이다. 사실 '로망스'의 얄미운 반장역, '어사 박문수'의 남장 여자역, '1%의 어떤 것'의 불행을 딛고 선 똑똑한 의사, '그대는 별'의 착한 여자의 전형을 연기할 때도 한혜진은 언제나 열심이었다.
일일 연속극의 여주인공이라는 부담을 '한혜진'이라는 모험 캐스팅으로 밀어붙인 사람은 그녀를 이미 '로망스'에서 알아본 프로듀서였다. 그리고 그녀의 노력과 진심을 아는 작가의 배려로 한혜진은 뽀글거리는 촌스러운 파마머리와 억순이를 연상케 하는 착하고 야무진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극중 아들, 이젠 내 아이 같아"
본인의 말로는 "금순이는 온 동네 다 참견하고 다니느라 바쁜 애 같아요"라는데, 실제 대본에서도 시댁과 친정, 미용실과 병원을 오가는 금순이인지라 하루도 그녀 없이는 촬영이 불가능하다. 드라마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경비실 아저씨의 응원, 밥집 아줌마의 격려로 세상 속 금순이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1주일이면 6일을 매달리는 '굳세어라 금순아' 세트장엘 가보니 유난히 어른 배우들이 많은 촬영장에선 그녀를 딸처럼, 동생처럼 귀여워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은 초반에 휘성이 역의 아이가 너무 울어서 중간에 바뀌었는데 천부적인 연기를 하는 휘성이마저 자기를 돕는 것을 보면 정말 인복이 많은 거라고 자랑이다. 이제는 정말 아들 같아서 하루라도 못 보면 보고 싶다 하기에 "아니 꽃띠 처녀가 드라마 네 편에서 아이 엄마가 된다?"고 물었더니 손가락을 꼽으며 "정말 그러네요?"라며 씩씩하게 웃는데 TV 속에서 막 튀어나온 금순이 그대로다.
성형을 안 한 자연미인이라는 기사가 나오자, 응원과 찬사의 댓글이 쏟아지는 가운데 "집이 가난한데 어떻게 수술을 하겠냐?"는 말을 보고 상처도 살짝 받았다. 망가지는 연기도, 몸이 힘든 것도, 자기를 향한 비난도 두렵지 않지만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고. 실제 생활에서도 착하고 성실한 그녀에게는 "요즘 너무 좋죠?"라고 물어선 안 될 것 같다. 언제나 열심이었고 좋았었고 늘 감사하며 사는 아가씨인 것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뜬다고 마음이 구름 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갑자기 잘해주는 것에는 어리둥절해 하는 정말 순수한 금순이가 바로 그녀이니까.
한혜진은 누구?
1981년 서울생. 서울예대 영화과 졸업.
2002년 2월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로 데뷔.
드라마 '로망스' '현정아 사랑해' '어사 박문수' '1%의 어떤 것'
'인간시장' '그대는 별' '영웅시대' '굳세어라 금순아' 영화 '달마야, 서울가자'
(글·사진=정승혜
(영화사아침대표·영화칼럼니스트 amsaja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