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의 모습, 얼굴을 정면으로 돌리고 있는 새의 모습, 기묘하게 생긴 꽃병 그림 옆에는 또다시 무릎 꿇은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그 사람은 서기(書記)다"라는 뜻이다. 14년의 연구 끝에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 프랑스 언어학자 샹폴리옹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기묘한 그림들이 정말로 정교한 문법 체계를 갖춘 문자인지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고대 문명의 시원(始源)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일까? 이 책의 부제는 놀랍게도 '이집트 상형문자 읽는 법'이다. 로제타 스톤으로부터 시작하는 상형문자의 발견과 해독, 기원을 거쳐 그 의미·발음·예문까지 친절하게 해설하는 이 책은 아련한 인문학적 호기심을 '한번 제대로 빠져 봅시다'란 적극적인 태도로 바꿔 주는 야심찬 안내서다. 이집트의 석상과 조각·회화들로 잘 꾸민 도판의 매력도 대단하다. 이 책 31쪽에 실린 이집트 유물 '웨드자트의 눈 부적'은 마침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대영박물관 한국전'에서 볼 수 있다.

(유석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