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진달래 피는 봄이면 한국인 가슴 속에서 되살아나는 김소월(1902~1934)의 시집 '진달래꽃'이 올해로 출간 80주년을 맞는다.

열여덟에 '그리워' '낭인의 봄'으로 시인 데뷔한 소월은 스무살 약관에 '나보기가 역겨워,'로 시작하는 민족의 애송시 '진달래꽃'을 썼고, 1925년 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이 된 '진달래꽃'을 매문사에서 펴냈다.

등단 후 5년 동안 소월은 쉼없이 분출하는 시심(詩心)으로 한국인들에게 영원한 애송시로 남은 시들을 썼다. 시집 '진달래 꽃'에는 '못잊어' '엄마야 누나야'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등 127편을 담았다.

'진달래꽃'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가곡으로 동요로 대중가요로 만들어졌다. 한국 현대시인 중 소월의 시만큼 시대를 뛰어넘어 거듭 새로운 노래로 만들어진 시도 많지 않다. 고향인 평북 정주로 낙향했던 소월은 잠시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하기도 했으나, 식민지 현실을 한탄하면서 통음을 하다 1934년 생아편을 삼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달래꽃' 80주년을 맞아 시 전문계간지 '시와 시학'과 한국시학회는 16일 오후 4시 소월의 모교인 오산학교(서울 용산구 보광동)에서 '진달래꽃 80주년 기념 소월 시축제'를 갖는다.

문학평론가 김재홍(경희대) 교수, 시인-평론가 오세영(서울대)교수, 평론가 윤여탁(서울대), 평론가 박호영(한성대) 교수 등이 소월시를 재조명한다. 기존의 소월시 해석이 지나치게 서정성에 치중됐던 관습적 사고를 탈피해 소월시의 철학성과 현실 저항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주제발표자들의 공통 관점이다.

김재홍교수는 시 '진달래꽃'에 대해 이미 벌어진 이별을 애통해하는 시로 해석하는 관행을 거부했다. 김 교수는 '가실때에는/뿌리우리다'는 시행을 예로 들어 "이 시의 핵심은 가정법과 미래시제"라며 "이 시는 표면적으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가지 말라,나를 더욱 사랑해다오'라는 애정 고백과 하소연을 간절하게 펼치기 때문에 더욱 더 애절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진달래꽃 80주년 기념 시축제' 주최측은 "이 시대 산업화·기계문명화·인간성 상실의 정신적 위기 앞에 소월시를 다시 읽고 우리 정서의 본원을 환기하는 일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번 시축제에서는 시인 고은, 이가림, 김용택, 나태주, 송수권, 정일근, 연극 배우 손숙씨 등이 시낭송에 나선다. 또한 소프라노 이명순, 테너 윤승호, 가수 이명우씨 등이 소월시에 곡을 붙인 가곡 '못잊어' '진달래꽃' '산유화'와 가요 '가시리' '엄마야 누나야'를 부른다. (02)744-0110

(박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