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어위시재단’ 한국 지부의 성연경(34)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신영민(16)군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치병을 앓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 재단의 자원봉사팀장인 성씨가 영민이를 만난 건 작년 11월이다. 소원을 물으니 영민이는 대뜸 “어렸을 때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민이는 자기 이름이 영화로울 영(榮)에 백성 민(民)자여서 백성을 영화롭게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영민이는 몸이 워낙 아파 2년 전부터 학교도 못 다니고 있다. 주치의는 “지금까지 버텨온 게 기적”이라고 했다.
성씨는 고민에 빠졌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불치병 어린이 70여명의 소원을 들어줬지만 이런 소원은 처음이었다. 고민 끝에 청와대에 영민이의 소원을 전달했다. 대통령 취임 선서와 의장대 사열을 체험토록 해주고 싶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영민이와 국무회의장에 함께 들어가는 등 1시간 정도 시간을 내주면 어떨까도 싶었다. 위시재단의 주선으로 미국에선 전임 클린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불치병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청와대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단은 이달 초 “아무래도 대통령의 일정상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청와대로부터 전해 들었다.
지난 7일 성씨는 병원에서 영민이를 만났다. 영민이는 그날따라 숨이 가빴다. 두세 마디마다 말이 끊겼고, 가래가 끓었다. 성씨는 차마 ‘청와대 프로젝트’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잘 될 것 같다’고 몇 번씩 말했던 걸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성씨는 슬쩍 “혹시 다른 대통령 만나고 싶진 않니?”라고 물었다. 영민이는 “있긴 있어요. 링컨”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머리만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