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웅~ 부웅~'

직경 82m, 무게 22.5t의 육중한 FRP(유리 섬유 강화 플라스틱) 날개가 허공을 가른다. 1바퀴에 3~4초 걸린다. 동해안을 따라 나즈막한 언덕이 이어진 15만평의 대지. 언덕마다 80m 높이의 쇠기둥이 서 있고 그 끝에서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아직 포장도 되지 않은 자갈밭 도로 위로 장관을 보기 위한 차량 행렬이 이어진다. 대게를 맛보기 위해 영덕을 찾았다는 황인섭(42·자영업)씨는 "굉장하다. 마치 유럽에 와 있는 것 같다"며 탄성을 질렀다. 이곳은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산24번지, 우리나라 최초의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당초 이 지역은 1997년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나무 한 그루 남지 않고 다 타버린 폐허에 2001년 국가 융자로 총액 670억원이 투입되는 풍력단지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국가간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교토의정서(2005년 2월 16일 발효)에 대비한 사업이었다. 타당성조사와 금융자문을 마친 뒤 공사는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최대의 난관은 41m에 이르는 날개 72개를 옮기는 일.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날개 하나 값이 수십억원이니까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새벽시간을 이용해 포항에서 트레일러로 옮기는데 무려 7시간이 걸렸습니다. 40분 거리인데 말이죠." ㈜영덕풍력발전 김길원 사장의 말이다. 공사를 마친 영덕풍력단지는 지난 4일부터 본격 운행을 시작했다. 연간 예상 발전량은 9만6680㎿.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현재까지의 발전 상황은 성공적이다. 발전소 이진철 대리는 "이곳은 풍질(風質)이 아주 좋다. 이용률이 기대치인 27.8%를 훌쩍 넘어 30%선을 넘나들고 있어 대출 금액도 조기에 상환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풍질이란 말 그대로 바람의 질. 발전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속도의 바람이 꾸준히 불어줘야 한다. 바람의 속도가 초속 3m에 못미치면 날개가 회전하지 않고, 초속 20m가 넘어도 발전기는 자동으로 운전을 멈춘다. 과부하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하는 풍력발전기에서 이용율 30%는 대단히 높은 수치라는 것이 이 대리의 설명이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국가시책에 의해 ㎾당 107원66전에 한국전력으로 판매된다. 원자력발전의 40원, 수력발전의 50원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로서는 영덕풍력발전단지로 연간 9만3600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교토의정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풍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기 위해 울진, 김천, 문경 등지에서도 풍황자료를 수집하는 등 사전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영덕 군민들이 풍력발전소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영덕군도 풍력발전소를 지역 축제인 복사꽃 축제(7·8일), 대게축제(9·10일) 등과 연계해 적극 홍보하고, 전망대·위락시설 등을 건설해 본격적인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영덕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수연(여·45·파도대게)씨는 "산불로 흉물스럽게 변한 언덕이 이처럼 그림같이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발전소 주변이 관광단지로 개발되어 영덕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