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휘

허장강, 박노식, 황해 등과 함께 50·60년대 최고의 액션배우로 꼽히는 원로배우 장동휘(張東暉·85)씨가 2일 저녁 9시3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인 조원희(77)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둔 장씨는 청주 참사람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큰아들인 장신환(張臣煥·47·애니메이션 감독)씨는 "4년 전 고관절(엉치뼈)이 부러진 뒤 못 일어나셨는데 한 달 전부터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됐다"면서 "얼마 전 독고성·황해 선생님 등 예전의 동료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특히 가슴아파 하셨다"고 전했다.

장씨는 우락부락한 외모와 화통한 목소리를 선보이며 특유의 성격 연기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액션영화의 대부'. 연기생활 못지 않게 선·후배 간의 의리를 중요시해 '사나이 중의 사나이'로 불리기도 했다.

"일제시대 중국에서 연극단 '칠삼조'에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고 회고한 바 있는 장씨는 6·25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국군에 입대해 위문대로 뽑혀 장병들 위문 공연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장씨의 영화계 데뷔는 1957년 김소동 감독의 '아리랑'. 이후 임권택 감독과 함께 찍은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유현목 감독과 함께 찍은 '순교자'(1965) 등에서 특유의 선굵은 액션 연기로 사랑을 받았다.

"한꺼번에 18편의 작품에 겹치기 출연한 적도 있다"고 고백할 정도로 정상의 인기를 누렸고, 그가 생전에 꼽았던 출연 편수는 무려 500여편에 이른다.

1963년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분대장 강대식 역으로 제 1회 청룡영화상 특별상을 받았고, 1971년 박호태 감독의 '대전장'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2년 만에 복귀해 75세 나이에 윤정희씨와 찍은 문예영화 '만무방'(1994)으로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촬영장에서 쓰러질 때까지 연기생활을 계속하겠다"고 소감을 밝혀 후배들을 숙연케 하기도 했다.

임권택 감독은 "당시 액션배우로는 최고의 연기자"라고 고인을 회고하면서 "나하고는 여러 작품을 함께 했지만 사생활에서도 의리가 있어 그분을 따르는 연기자들이 많았다"고 추억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원희씨와의 사이에 장남 장신환씨와 차남인 음악가 장재환(張在煥·45)씨 등 2남2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5일 오전 10시.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02)3410-6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