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구장이다. 95년 4월26일 개장된 이 구장은 녹색톤의 깔끔한 외양이 단아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마운드에 선 투수 입장에선 괴물 같은 야구장이다.
해발 16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대관령(832m)의 두배쯤 되는 높이. 결국 타구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통상 고도가 100m 높아지면 타구는 0.7m가 더 날아간다고 한다. 해발 600m 높이에 있는 구장에서는 95m를 날아갈 타구가 쿠어스필드에서는 102m짜리 타구로 돌변하는 셈이다. 좌익수플라이가 좌월 홈런으로 뒤바뀔 수 있는 수치다.
물론 투수의 구속도 약간 빨라진다. 그러나 타구 비거리 증가 비율과 비교하면 투수들이 얻는 이익은 상대적으로 적다.
타구가 뜨면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일단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한때 빅리그 최고의 왼손투수로 군림했던 마이크 햄튼(애틀랜타)이 2001년부터 2년간 콜로라도에서 뛸 때 두시즌의 방어율이 각 5.41, 6.15에 그치며 순식간에 '망가진 투수'로 취급받았던 전례가 있다.
김병현은 과거 전형적인 '땅볼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쿠어스필드에서 뛰는 선수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다. 콜로라도가 김병현을 영입한 것도 이같은 장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의 김병현이 쿠어스필드에서 살아남으려면 두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2003시즌까지의 역동적인 직구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 또한 지난 2년간 단련해온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보스턴에서 김병현은 겨우 130㎞대 직구에 변화구 제구력마저 흔들리며 최악의 한시즌을 보냈다. 올 스프링캠프 들어 직구 구속이 143㎞까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긴 했지만, 36세이브로 올스타에 선정됐던 2002년의 구위를 되찾지 못한다면 콜로라도의 영광을 보장받기는 쉽지 않다.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