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국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배우 전운(田雲·67)씨가 26일 오전 8시30분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전씨는 2003년 7월 뇌출혈로 쓰러져 연기활동을 중단한 뒤 지난해 9월 대장암이 발견돼 투병해왔다.
지금의 40대 이상에게 전씨는 영원한 '형사반장'으로 남아있다. 그는 굵은 저음의 목소리와 넉넉한 풍채로 70~80년대 한국 남자의 전형을 창조했다. '드라마 강국 MBC'의 간판 배우였던 그의 대표작은 '113 수사본부'. 간첩수사를 전담하는 형사반장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그는 '수사반장'의 최불암과 함께 큰 사랑을 받았다. 26일 최불암은 "고인과 나는 서라벌예대 동기에 '한국의 아버지상'으로 함께 불렸는데 짝을 잃게 됐다"며 애도했다.
연극배우로 출발한 그는 60년대 후반 TV로 무대를 넓혀 '대원군' '113수사본부' '남자의 계절'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평생 연극 무대에 깊은 애정을 가졌다. 1969년 극단 성좌 창단 멤버이기도 한 그는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등 30여편의 연극무대에 섰고, 80년대 대학로에 성좌소극장을 열기도 했다. 연극하는 후배들에게는 언제나 따뜻한 선배였던 그는 공연 중이거나 연습할 때 식사 시간에 맞춰 따끈한 음식을 보내주기도 했다. 성좌에서 함께 활동해온 연출가 권오일은 "대사가 정확하고 세밀한 연기에 뛰어났던 고인은 '입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게 진짜 연기'라고 후배들을 가르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족으로 부인 박정순씨와 현철, 경식, 현희씨 등 2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9일 9시. (02)3410-6915, 6926
입력 2005.03.28. 06:25업데이트 2005.03.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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