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얼마 전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교사 임용 면접 시험에서 영어로 질의응답을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교육을 담당하는 초등학교 교사를 뽑는데, 왜 영어회화 실력이 필요한가. 면접 목적은 교직관이나 인성, 열정 같은 내면 세계를 통해 좋은 교사 자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영어로 묻고 답해야 할 당위성이 무엇인가. 초등학교 교육 목적은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는 데 있는 것이다. 교과 시간 배분도 주당 국어 6시간, 수학 4시간, 사회·과학·체육 3시간으로 1~2시간인 영어와 차이가 있다. 나는 오늘도 3학년 교실에서 '교실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루 종일 사용한 문장은 10여개 안팎이지만, 아이들도 알아듣고 나도 알아듣는다. 영어 면접을 거친 사람만 이런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최상호·교사·경북 영주시)
입력 2005.03.15. 18:28업데이트 2005.03.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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