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인도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S. Ramanujan 1887~1920)이다.
라마누잔은 인도에서는 귀족계급인 브라만으로 태어났지만, 학비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에 쪼들려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했다. 15세 때부터 10여년 동안 수학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노트로 정리, 당시 영국 최고의 수학자 하디(G. H. Hardy:1877~1947)에게 보냈다. 노트를 본 하디는 경탄하여 그를 영국으로 초청, 현대수학을 가르치며 함께 연구했다.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말해주는 일화가 있다. 그는 수에 대한 감각이 매우 뛰어났는데, 하디가 타고 온 택시번호가 1729란 말을 듣고, 즉석에서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둘인 수 중 가장 작은 수(1729=1³+12³=9³+10³)"라고 말했다고 한다.
라마누잔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학위도 받고 영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지만 32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였다. 그가 죽을 때까지 연구한 내용은 1976년에야 발견됐는데, 이를 라마누잔의 '잃어버린 노트(Lost Notebooks)'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수학 연구는 앞선 연구를 기초로 하는 데 비해, 라마누잔의 연구에는 독창적인 것이 많다. '잃어버린 노트' 이론 중에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이 수백 가지나 된다. 또 라마누잔의 공식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학적 원리가 발견되기도 한다.
라마누잔이 관심을 가진 무한급수 이론에는 1985년 MIT의 빌 고스퍼(Bill Gosper)가 컴퓨터로 π값을 소수 이하 1700만 자리까지 계산하는 데 사용한 연분수(continued fraction) 공식도 있다. 그의 업적 가운데 분할이론(theory of partitions)이 있는데, 물리학자들은 통계 역학 문제에 라마누잔의 분할이론을 적용한다.
(김인수·전남대 수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