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 기자

‘한국에스테(韓?エステ)’는 일본 신문에 종종 등장하는 단어다. 나라 이름인 ‘한국’과 미용(美容)을 뜻하는 ‘에스테틱(esthetic)’을 조합한 말인데, ‘유사(類似) 성(性)행위’를 하는 곳이라서 성매매 단속에 관한 기사에 주로 나온다.

우리 대사관은 뭘 하는지 일본에서의 이런 '국호(國號) 모독'은 한국에서 '터키탕(湯)'이란 말이 사라진 10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사실 자국에 그런 퇴폐문화가 없는 터키의 주한 대사관은 '터키탕이란 표현을 없애달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일본 '한국에스테'의 경우 한국에서 우리 일부 남성들이 이용하는 퇴폐 이발소·안마소를 빼다 박았고, 서비스를 하는 여성도 한국인이어서 그런 이름이 생겼다는 설(說)이 있으니, 할 말이 궁하다.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여성학과)에 따르면 '국호 모독'은 남태평양의 인구 8만4000명 섬나라인 키리바시에서까지 일어나고 있다. 작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어린이 성매매 금지 세계총회'에 참석했을 때 들은 얘기라고 한다.

"키리바시에 온 한국 남성들이 하도 10대를 성매수하는 통에 현지 10대 매춘부를 '꼬레 꼬레아'라고 부른답니다." 일부 한국인들의 성 문화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문화코드를 '퇴폐'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집창촌을 단속하면서 음성적 성매매가 활개를 친다는 본지 보도(23일자) 직후 많은 독자들이 "그럼, 다시 집창촌을 만들자는 얘기냐"고 반문해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 남성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답한다. 성매매 수요를 창출하는 왜곡된 성윤리와 접대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 얘기다. 하지만 한국 남성들의 성문화는 엽색 행각으로 이름난 일본 남성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거리낌없고 문란해진 게 사실이다. 이런 풍토에선 어떤 법도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원론적 얘기라고만 넘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