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사향당상(麝香堂上)이란 말이 있었다. 사향은 희귀한 사랑의 묘약인 최음제(催淫)인지라 이를 구해 대감의 첩에게 은밀히 바쳐서 얻은 당상 벼슬이라 하여 생겨난 말로, 효과적인 뇌물의 보통명사다.
먹에 사향을 섞은 사향먹이나 그 사향먹으로 그린 사군자도 뇌물로 선호됐었다. 방안에 걸어 둬도 그 향이 그윽하다 하니 품격 높은 뇌물이 아닐 수 없다. 옛 기방(妓房)에서 사향년(麝香女)으로 불리는 기생이 있었는데 얼굴이 예쁘거나 빼어났다기보다 오히려 추한 편인 데도 손님을 남달리 끄는 기생을 두고 일컬었다.
사나이 끄는 미력(媚力)이 별나기에 얻은 속어(俗語)다. 조선조 성종 5년에 유구국(琉球國) 사신이 선물로 사향을 임금에게 바치자 베와 비단 각 200필을 반례로 내린 것을 보면 대단한 귀물이었다.
이 동물성 향료는 사향노루의 수놈이 암놈을 유인하고자 배꼽 아래에 축적시킨 선분비물(腺分泌物)이다. 그 향내가 쏘듯(射) 빨리 그리고 멀리 퍼진다 하여 사향(麝香)인 이 향료는 사향노루가 여름 내내 잡아먹은 뱀 가죽에 잠겨 있는 미향(彌香)이라는 향을 향주머니에 축적시킨 것으로, 봄이 되면 그 주머니가 가려워져 제 발톱으로 긁어 떼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곳에 묻는다.
이 향주머니 하나가 30그램 안팎인지라, 이 사향 구덕 하나 발견한다는 것은 산삼 심 보거나 로또 당첨의 유가 아니다. 이 사향 구덕이 둘레의 초목을 누렇게 시들게 만들고, 여기서 얻은 생향(生香)을 들고 오이밭을 지나면 그 해 오이가 여물지 않는다 할 만큼 독하다.
사향노루를 생포해서 얻은 향은 배꼽에서 얻었다 하여 제향(臍香)이라 하여 중품이요, 사냥해서 얻은 피맺힌 놈은 결향(結香)이라 하여 하품으로 쳤다.
본디 사향노루는 히말라야나 티베트·시베리아 고원에 사는 한대 고원동물이기에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희귀했다. 세종대왕은 사향은 국산이 아니요 희귀한 것이기에 약으로 쓴다는 핑계로 수입해서는 안 된다고 교지를 내리고 있다.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이 천연기념물 사향노루를 인공 증식하고 반달곰처럼 수입 방사를 시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증식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거부(巨富)의 꿈을 둔 의식을 두어두고 믿는 사람은 없을 줄 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