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뼈'는 자신의 육체만을 믿고 살아온 한 '짐승'의 기록이다. 관객에 따라서는 '짐승'이란 표현도 과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대드는 아들은 주먹으로 때려눕히고, 싫다는 아내는 강제로 쓰러뜨린 뒤 자신의 욕망을 채워온 사내, 1923년 먹고살기 위해 제주도에서 오사카로 떠난 재일 한국인 김준평(기타노 다케시)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다. 2시간 20분 내내 스크린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시대의 야만성과 설움받는 민족 이야기를 끼워넣을 법도 하건만, 최양일 감독은 그런 쪽에는 관심도 없다.
이 영화의 작품성에 엄지 손가락 두 개를 모두 치켜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이 사내를 연기한 기타노 다케시에게는 엄지가 두 개뿐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입력 2005.02.22. 17:32업데이트 2005.02.2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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