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항일 독립군가의 상당수는 일본 군가가 원곡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15일 한양대에서 열린 '일본의 발명과 근대'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천만 동포야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총을 메고 칼을 잡아라.' 만주와 노령의 항일 독립군이 불렀고 1980년대 운동권 노래로도 유명한 '봉기가'의 원곡은 1901년 작곡된 일본 군가 'アム―ル川の流血や'(아무르강의 유혈)이다.
청일전쟁(1894년) 직전 일본 육군이 청나라에 대해 적개심을 고취하기 위해 작곡한 '敵は幾萬'(적은 몇 만이냐·1891년)은 다른 일본 군가와 혼합돼 '소년행진가', '항일전선가' 등 독립군가로 불렸다.
'日本海軍'(일본해군·1904년)은 '소년군가'라는 독립군가와 같은 곡이다. '軍艦行進曲'(군함행진곡·1897년)은 '광복군 항일전투가'로, '戰友'(전우·1905년)는 '독립군은 거름', '조국 생각'이라는 독립군가로 불렸다.
이들 군가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당시 전장이 된 한반도에 일본 군악대가 진주하면서 구전(口傳)됐다.
독립군가 상당수의 원곡이 일본 군가라는 사실이 독립군의 항일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민 교수는 지적한다.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노래가 필요하다 보니 민간에 구전된 노래를 사용한 것"이라며 "메시지가 중요한 것이지 멜로디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경우. 민 교수는 "북한은 항일 독립군가를 '혁명가요'라는 이름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김일성이 작곡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조선인민혁명군'은 '日本海軍'과 같은 곡이지만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영광스러운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친히 지으신 불후의 고전적 명작"(북한발행 '문학예술사전'·1991년)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노동절 노래인 '메데가(메이데이가)'는 일본의 'メ―デ―歌'(메이데이가)와 곡조는 물론 가사까지 같다.
민 교수는 "북한처럼 일본 군가를 김일성이 만들었다고 하거나, 일본 군가인지 모르고 부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