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말론

장장 20년간 계속된 우편 배달일이 마침내 끝났다. NBA의 영원한 '메일 맨' 칼 말론(42)이 14일 미 유타 솔트레이크시티 홈구장인 델타센터에서 팬들에게 '은퇴의 엽서'를 전달했다. 그는 지난 85년 드래프트 13순위로 유타 재즈에 발탁된 이후 2002~03시즌까지 재즈맨으로 뛰었으며, 2003~04시즌에만 LA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비록 1년간 떠나 있었지만 나는 영원한 재즈맨이며 만일 내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다면 당연히 재즈맨 자격으로 입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20년간 팬들에게 배달한 득점은 총 3만6928점. 전설적인 센터인 카림 압둘자바(3만8387점)에 이어 2위의 기록이며 마이클 조던(3만2292점·3위)보다도 많다. 말론의 기록은 이 외에도 숱하다. 1476경기 출전기록은 NBA통산 4위이며 출장시간(914시간12분)은 역대 2위. 그가 잡아낸 1만4968개의 리바운드는 역대 6위다. 특히 87~98년까지 11시즌 동안 평균 25점 이상을 기록하는 '지독한 성실성'으로 우편배달부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말론이 팀 동료인 어시스트의 귀재 존 스탁턴과 18시즌 동안 호흡을 맞추며 보여줬던 강력한 '픽 앤드 롤(pick & roll)' 공격은 마이클 조던이 버틴 시카고 불스의 '트라이앵글 오펜스(삼각공격)'와 함께 NBA의 전성기를 장식한 백미편으로 꼽힌다. 말론의 농구인생은 그가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기에 더욱 극적인지도 모른다. 97, 98년 챔피언 결정전에서 조던의 불스와 맞붙은 말론은 두 번 모두 패배를 맛봤다. 그리고 염원인 챔피언 반지를 위해 지난 시즌 연봉 140만달러의 '헐값'에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있는 LA레이커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부상이 겹치면서 제 몫을 다하지 못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다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패했다. 일생의 숙원은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NBA 최고의 터프가이 말론은 다시 코트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은퇴 후 돌아오는 선수들을 많이 봐왔지만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팬 여러분은 제가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타 재즈측은 NBA 사상 가장 위대한 듀오로 꼽히는 말론과 스탁턴의 동상을 델타센터에 건립할 예정이다. 말론의 32번 유니폼과 스탁턴의 12번 유니폼도 나란히 영구 결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