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카와 국가대표 육상 단거리 코치가 선수들의 '골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골반을 이용해서 앞으로 가능 이 훈련은 육상 질주시 다리만이 아니라 골반까지 앞으로 뻗게 함으로써 스피드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무조건 빨리 달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 도대체 이런 훈련이나 작전이 무슨 의미가 있죠?"

국내 선수들과 뛰면 항상 맨 앞에서 뛰어왔던 한 선수가 코치의 복잡한 설명이나 이론을 수긍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코치는 400m를 47초대에 뛰는 그 선수에게 되물었다. "알았다. 그럼 45초대에 뛰는 일본 선수를 데려올 테니 한번 그 선수보다 무조건 빨리 달려보겠는가?"

지난달 말부터 태릉선수촌에서는 한 일본인 코치가 육상 단거리 대표팀을 가르치고 있다. 100m 아시아기록(10초00) 보유자 이토 고지를 길러낸 미야카와 지아키(58) 도카이(東海)대 교수. 한국 육상 100m 기록(10초34·서말구·1979년) 경신을 위해 지난 2003년 초빙된 그는 지난해까지는 전덕형(21) 등 충남대 선수들을 주로 가르쳤다. 한국 육상 400m 기록(45초37)을 갖고 있는 손주일 코치도 올해부터 미야카와 코치를 돕고 있다.

미야카와 코치는 "단거리 종목에도 체력 안배가 있고 작전이 있는데, 한국 선수들은 처음부터 무리해서 전력질주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100m 경기중 초반 40m까지는 선두를 지키지만, 결승점에서는 엄청나게 뒤처지고 만다는 것이다.

미야카와 코치의 훈련은 독특하다. 도움닫기 없이 5단뛰기, 모둠발로 허들 연속 넘기 등 보강훈련을 많이 시킨다. 지구력 강화를 위해서 150m 경기를 뛰게도 한다. "도대체 이게 육상 훈련인가"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앉아서 엉덩이로 뛰는 '골반' 훈련이 대표적이다. 육상 경기에서 발을 뻗을 때 골반까지 앞으로 힘차게 나가야 하는데 다리만 움직이는 한국 선수들의 단점을 보강하는 훈련이다.

대표팀을 약 보름간 지도한 그는 그러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 자세"라고 말한다. "한국의 쇼트트랙이나 배드민턴 등 강세 종목 선수들은 스스로 목표를 갖고 있는데, 육상 단거리 선수들은 그저 코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동적이고 패배주의적인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 생각해낸 것은 계주 기록 경신. 개인 종목에서 한국 기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계주에서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집단 안에서 맡은 바를 해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과 정신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미야카와 코치는 지난해 전국체전 400m 계주에서 약 10일간의 '바통 터치' 훈련으로 대전체고 선수들을 우승시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