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생, 올해 만 35세의 아줌마 직장인입니다. 신문 보고 용기 내 이메일 써요. 아침마다 도대체 입을 게 없다고 애꿎은 장롱 탓만 한답니다. 꼭 변신해 보고 싶은데 나이 먹어서 그런지 쑥스럽기도 하고…."
지난주 처음 공지된 '스타일 바꿔 드립니다' 코너로 보내주신 독자 신경화(한국증권업협회 비서실)씨 사연입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직장 생활까지, 일인삼역 하느라 제 몸 가꾸기엔 소홀할 수밖에 없는 '아줌마 직장인'들 힘내시라고, 대표로 경화씨 소원을 들어드리기로 했습니다. 경화씨 사무실로 직접 가 깜짝 변신시켜드린 과정을 보여드립니다.
◆ 신경화씨 스타일, 확 바꿔드렸습니다
지난 20일 양희숙 스타일리스트, 이희 이희헤어&메이크업 원장이 주말매거진팀과 함께 경화씨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로 총출동했다. 한국증권업협회빌딩 23층 비서실. 창 밖으로 여의도 빌딩 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이 경화씨 일터다.
"한창 땐 55사이즈 입기도 했는데 요즘은 백화점 가서 옷 사이즈 보면 화부터 나요. 66도 '날씬 66'이라고 해서 저처럼 애 낳고 골반 큰 여자들은 엄두도 못 내는 딱 달라붙는 스타일뿐이잖아요." 인사 건네자마자 아래위 훑어보는 전문가들 눈이 부담스러웠는지 경화씨, '아줌마 표준 77사이즈' 타령부터 한다. 168㎝ 훤칠한 키에 갸름한 미인형이라 '사이즈 77'이 믿기지 않는다고 하니, 넉넉한 터틀 넥 티셔츠 속에 숨겨둔 뱃살을 집는다. "애 낳은 건 못 숨겨요." 일곱 살짜리 아이를 둔 엄마란 게 그제야 믿긴다.
경화씨 오늘 드레스코드:탁한 푸른색 터틀넥 니트, 베이지색 체크무늬 스커트, 파란색 코트, 흰 스타킹, 검은 구두, 새빨간 핸드백. 양희숙 스타일리스트, 팔짱 끼고 입술을 꼭 깨문다. 견적 꽤 나올 모양이다. 사연 신청 때 첨부해준 경화씨 사진 보고 미리 준비해온 옷가지와 액세서리를 사무실 한편에 풀기 시작한다.
이희 원장도 '작업' 준비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뒷머리가 무거워 보여요. 사무실 공기도 무거운데 머리까지 무거우면 스트레스 더 쌓이지 않겠어요?" 경화씨 일자(一字) 단발머리가 영 안 내키는지 이 원장은 준비해온 커트용 가위를 탁자 가득 늘어놓고는, 받침천을 탁탁 털어 경화씨 목에 두른다. "자 이제 변신 시작해요. 딴 사람 만들어 줄 게 한번 봐요." 순간 살짝 감은 경화씨 두 눈에 긴장이 스친다.
# 최지우 머리로 변신
"경화씨 머리가 너무 단정해요. 예전에는 한올 흐트러지지 않게 묶거나 일자로 잘라 정돈했지만, 요즘에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해요. 뒷머리에 층을 내서 볼륨감을 넣어보죠." 이 원장의 가위가 경화씨 정수리에서 목까지 타고 내리며 춤추니, 딱 떨어지는 여고생 단발머리는 사라지고 뒤통수가 도톰해졌다. 사무실 바닥에 깐 신문지엔 까만 머리칼이 소복이 쌓이고, 경화씨 머리엔 한결 가벼워진 머리칼이 찰랑댄다. "야, 최지우가 따로 없네"(실제로 겨울연가 최지우 헤어스타일은 바로 이 원장 손 끝에서 탄생된 거다).
# 핑크+화이트 아이새도
머리가 바뀌었으니 이제 얼굴이다. 직장여성 메이크업에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뺨과 눈이라고 이 원장이 말했다. "어, 눈에 다크서클이 심하네요. 이거 많으면 피곤해 보여요. 핑크와 화이트 아이섀도를 적당히 섞어서 눈주위에 발라주면 효과가 있어요. 이렇게 말이에요." 짙은 갈색빛이 돌던 눈가가 밝아졌다. "참 그리고 아이섀도나 파우더 같은 색조 화장품은 반드시 퍼프로 손등에 펴 발랐다가 얼굴에 발라보세요. 손등의 미열에 파우더가 살짝 데워져서 얼굴에 바르면 지속력이 있거든요"(이 원장). "아 그래요? 손등에 바르는 게 색깔 제대로 확인해보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신기하네요"(경화씨).
"자 스마일~." 느닷없이 웃어보란 주문에 경화씨 눈을 동그랗게 뜬다. "볼터치하려는 거예요. 볼터치를 예쁘게 하는 방법. 웃는 상태에서 피부결을 따라 곱게 발라주는 게 제일 자연스러워요. 웃는 얼굴만큼 예쁜 얼굴은 없잖아요." 또 한 가지 배웠다.
# 당당한 여사장처럼
머리 자르고 화장 바꾸니 사람이 달라보인다. 하지만 옷이 날개라 하지 않는가. 진정한 변신은 이제부터다. 경화씨, 얼굴은 그래도 자신 있는데, 몸매 드러낼 시간이 되니 영 자신없다는 표정이다. "제 스타일링 철학. 단점은 잊어버리고 장점을 최대한 살리자는 거예요. 경화씨는 큰 키를 최대한 활용해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장진영씨도 탤런트치고 골격이 커서 처음에는 가리기 급급했는데, 과감하게 큰 체격을 드러내는 옷 입으면서 오히려 스타일 멋지다는 얘길 듣기 시작했거든요."
움츠렸던 경화씨도 용기를 내 본다. 컬러도 과감해지기로 했다. 우중충한 검푸른 터틀넥을 벗어던지고 타이트한 핫핑크 터틀넥을 입었다. 큰 골반도 감추지 않기로 했다. 엉덩이 부분은 타이트하고 아래가 약간 넓어지는 형태의 에이치라인 바지를 입었다. "정말 다리 기시네요. 배도 많이 안 나왔는데 왜 다 꽁꽁 숨겨두셨어요. 멋진 미시족이 되려면 '저 옷 예쁜데 나는 못 입어'라는 수동적인 자세는 버리세요."
검정구두도 벗고 티셔츠와 같은 핫핑크색 구두로 바꿨다. 신발, 가방, 벨트 같은 소품을 비슷한 컬러로 맞춰 포인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스타일리스트가 조언한다. "구두도 같은 색으로 여러 켤레 사는 것보다는 싼 거라도 괜찮으니 여러 색으로 구비해두세요. 구두 색깔만 바꿔도 스타일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가방도 분위기를 바꿔봤다. 조그만 가방 들면 왠지 불안해 큰 가방을 선호하다는 경화씨에게 스타일리스트는 "화려한 가방은 안 된다는 편견은 버려라"라고 한다. 서류 가방보다는 개성 살린 백이 오히려 커리어 우먼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화사한 핑크색 가방을 들었더니 한결 밝은 분위기다. "자 이제 거울 보실까요?" "어머, 저 맞아요?" 당당한 여사장이 거울 안에서 웃고 있지 않는가.
◆ 신경화씨 한마디
“딴사람 된 느낌이에요. 거울 보면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웠는데, 저도 잘 꾸미니까 세련된 커리어우먼 되더라고요. 애 낳고 몸 불어서 몸매 가려지는 펑퍼짐한 옷만 입었는데 이제 딱 붙는 옷도 입어보고 원색도 입어볼 거예요. 변신 감사해요.” 경화씨는 감춰져 있던 자신감을 되찾으셨답니다. 신경화씨께 에트로(02-511-2573)에서 협찬한 파우치와 화장품 전용 손가방을 드렸습니다.
◆ 스타일 바꿔드립니다
예비 여대생의 스타일을 만들어 드립니다. 어렵게 합격한 대학교. 하지만 교복만 입고 열심히 공부만 했던 여고생에게 대학교 패션은 낯설겠지요? TV에 나오는 대학생처럼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여고 시절처럼 수더분하지도 않은 그 무엇! 탤런트 장진영의 스타일리스트 양희숙씨가 바로 그 스타일을 찾아드립니다. 주인공이 될 분의 전신사진과 사연을 14일 월요일 밤 12시까지 weekend@ chosun.com으로 보내주세요. 단 한 분. 쌍둥이 자매라면? 두 분 다 모십니다. 세 쌍둥이는 세 분 다 오세요. 부모님도 함께 오세요. 설 잘 보내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