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지훈 선수를 지명합니다." 순간 장내에 탄성이 일어났다. 그의 이름을 호명한 사람은 바로 아버지인 김동광 SBS 감독.
"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착잡했어요. 사실 다른 팀에서 적수로 만나고 싶었거든요."(김지훈)
"다른 팀에서 먼저 지훈이를 지명할 줄 알았는데 우리 차례까지 돌아왔네요. 처음부터 2라운드에선 경기를 조율하는 리딩가드를 뽑으려고 생각 중이었어요."(김동광 감독)
김동광 감독·김지훈 선수는 국내 프로농구판에 사상 첫 부자(父子)가 감독과 선수로, 그것도 한팀에서 뛰게 된 케이스. 아무래도 서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버지와 아들은 포지션이 포인트가드. 고려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등번호도 똑같은 '7번'. 하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카리스마로 단단히 무장한 공격형 가드였다. 반면 김지훈은 자기 공격보다는 경기 조율에 주력하는 섬세한 스타일.
김지훈은 단대부중에서 농구를 시작했다. 대부분 초등학교 때 선수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좀 늦은 셈.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중·고교 시절에 일주일에 한 번씩 불러 드리블과 패스를 개인지도했다. 한때 학교까지 찾아가기도 했으나 아들이 부담스러워하자 곧 그만뒀다. 죽 옆에서만 지켜보던 김 감독은 이날 아침 밥을 같이 먹으며 "자신감 있고 편하게 트라이아웃을 치르라"며 긴장을 풀어줬다.
입력 2005.02.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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