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은지 벌써 두달이 지났다고 한다.
"에이, 500원 올랐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네"라고 한마디 던지자, 손사래를 친다. "어느날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데 숨이 확확 차더라. 안되겠다 싶어서 결심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연말 지뢰밭같은 술자리들도 무사히 통과했다.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 설경구. 참 독하다. 남들은 '작심 3일'을 열두번도 되풀이한다는데, 한번 마음 먹으면 '게임 끝'이다.
27일 개봉되는 영화 '공공의 적 2'(감독 강우석, 제작 시네마서비스)를 보다 보면 설경구가 얼마나 독한 배우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불과 한달 전에 개봉한 '역도산'의 비장미 넘치는 모습은 그림자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본인은 "버둥버둥, 발버둥치면서 찍었다"지만, 관객들에겐 힘 쫙 뺀 캐릭터가 정확히 전달된다.
사실 '공공의 적 2'의 '강철중' 검사는 여러모로 새롭다. 일단 '박하사탕','오아시스','역도산' 등 전작을 통틀어 가장 성공(?)한 인물이다. 시종일관 말쑥하게 양복을 빼입고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오죽하면 "욕도 못하고 주먹도 제대로 못써 답답했다"고 할까.
강철중 검사는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다. 복잡다단한 세상에 이런 일차원적인 캐릭터는 어쩜 매력이 확 떨어질 수도 있다.
"참 착한 영화죠. 강우석 감독님이 콘티에 써주신 말 중에도 '정확하게'란 표현이 가장 많더군요."
규범 밖에 있는 캐릭터로 사랑 받아온 설경구에겐 버거울 수도 있는 주문. 그런데 설경구, 참 연기를 잘했다. 정준호를 잡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모습에 관객들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한박자 느린, 어눌한 말투가 가져오는 엇박자식 웃음도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전반부의 메가톤급 폭소탄은 완전히 그의 덕이다. 또 여기에 끈끈한 동료애와 정의감으로 눈물샘까지 자극한다. 한마디로 아주 편한 방법으로도 관객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준 셈. 멜로부터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이미지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 또한 '공공의 적 2'를 통해 그가 거둔 수확이다.
"몇 장면에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무슨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는 것도 아닌데 대사를 외우려고 애쓰는 티가 나더라. 대사는 외우는 게 아니라 입에 붙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하는 설경구. "자기를 가두는 그 어떤 틀도 거부하고 싶다"지만, 그가 배우로서 자기 자신에게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은 엄격하기만 하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를 최고의 배우로 기억하고, 사랑하나보다.
(스포츠조선 전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