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5공화국'의 한 장면. 전두환 전 대통령 역을 맡은 이덕화(오른쪽)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창환 분)과 TV 권투중계를 보고 있다.

청와대 대통령 사저의 거실에 박정희 대통령과 수경사 30대대장 전두환 중령이 소파에 앉아 동양타이틀매치 권투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전두환 중령은 "레프트 훅, 좀 더 밀어부쳐"라고 말하며 진땀을 내며 경기를 보고 있고, 박 대통령은 근엄한 얼굴에 가끔씩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이윽고 라운드가 끝나자 전두환 중령이 입을 연다. "아 끝낼 수 있었는데 아깝습니다. 각하." 그러더니 열심히 권투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 "스트레이트를 위주로 하는 선수에겐 훅 한방이면 끝인데 말입니다. 권투선수는 눈이 생명이라잖습니까. 맞을 때도 눈을 감으면 안됩니다." 신이 난듯 전두환은 "이렇게 말입니다"라며 일어서서 직접 라이트 훅을 직접 시범까지 보인다. 박대통령은 그런 전두환을 보면서 환히 웃는다.

MBC에서 처음으로 주말밤 10시대에 선보이는 주말드라마 '제5공화국'(극본 유정수, 연출 임태우)의 촬영장면이다. 지난 6일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충청북도 청원군 청남대에서 처음으로 청와대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장면은 4부에 방송될 내용으로 박대통령의 장례식을 보던 전두환 장군이 67년 당시 박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시절을 잠시 회상하는 것.

벽에 박대통령의 가족사진을 걸고, TV도 60년대 흑백TV를 놓은 청남대는 그때의 청와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지난 2003년 4월 22일부터 일반에 개방돼 대통령의 거실에서 박대통령과 전두환 장군이 보이자 관람객들은 발을 떼지 못하고 계속 지켜보기도. 한 관람객은 박대통령 가족사진을 보다가 "진짜 박대통령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탤런트들이네"라며 껄껄 웃는다.

처음으로 청남대에서 촬영을 하는 임태우 PD는 "청와대 내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청남대인것 같아서 청남대 촬영을 결정했다"며 "초반은 청와대 장면이 별로 없어 청남대에서 촬영이 가능하지만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는 아마 세트촬영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1월초 방송을 목표로 했던 '제5공화국'은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 3월 이후로 방송을 미룬 상태. 임PD는 "시간을 많이 벌게 돼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스포츠조선 청원(충북)=권인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