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이북 5도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북 5도의 업무 중 ‘반공사상의 고취’ 등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져 실향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행자부는 1962년에 제정된 이 법이 달라진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계몽선전업무’를 없애는 대신 실향민의 실태조사와 생활안정 지원 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북 5도 단체들은 실향민 관련법에서 ‘반공’을 빼버리는 것은 실향민들의 정체성과 이북 5도의 존립근거를 없애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모든 법은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북 5도법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한 법률을 바꾸면서 정작 실향민들의 의견에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대다수 실향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굳이 바꾸려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어 그들의 이해를 먼저 얻는 것이 도리다.
정부는 이 법의 개정이 이북5도위원회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5명의 이북 도지사들로 구성되어 정부기관이나 마찬가지다. 이 위원회는 법 개정 작업을 하면서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뒤늦게 개정안 내용을 알게 된 실향민 단체들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평북의 명예 시장 군수 20여명은 이 법이 통과되면 사퇴하겠다고 결의했다.
실향민들은 북의 김일성 체제에 쫓기거나 그 압제를 피해 내려온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반공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고 무리하면서 실향민 관련법에서까지 ‘반공’을 빼려고 하는지 국민들도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몰아붙이고 있는 현 정권이 차제에 대한민국의 모든 법률과 규정들을 샅샅이 뒤져 반공적 요소들을 모조리 뽑아내려고 작정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