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의 배리본즈(왼쪽)와 올해 7월 올스타전 홈런더비 때의 모습

홈런왕 배리 본즈의 금지약물 복용 시인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떠들썩하다. 또 매리언 존스와 팀 몽고메리가 연루된 육상계도 반 도핑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기록 인정 못한다

강경론자들은 본즈는 물론, 98년 로저 매리스의 61홈런 기록을 깨트리며 사상 처음으로 70홈런 고지에 오른 마크 맥과이어의 기록까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맥과이어는 은퇴 후 근육강화제인 안드로스테네디온 복용을 인정한 바 있다. ESPN은 7일(한국시각) ‘약에 취한 시대(juiced era)’라는 제목을 달아 98년 맥과이어부터 2001년 본즈의 73호 홈런 기록까지 모조리 별도의 기록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빅 리그 역사상 56홈런 이상이 기록된 것은 모두 17차례인데, 이 중 11차례가 97년부터 2001년 사이에 나왔다”며 “최근의 홈런 기록은 모두 약물 기록인 만큼 별표(asterisk)를 달아 관리해야 한다”고 썼다. 또 본즈가 행크 아론의 통산 홈런 기록(755개)를 깨트리더라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며, 아론 본인도 “금지약물 복용은 잘못된 일”이라고 본즈를 비난했다.

◆강화된 징계 방안 마련 중

AP는 7일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의 말을 인용, 선수 노조와 구단주 측이 스테로이드 검사 강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선수 노조의 진 오자 사무국장은 “아직까지 확정된 징계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시즌 중 무작위 도핑 테스트를 실시해 두 차례 이상 양성반응이 나오는 선수는 15일 이상 1년까지의 출장금지 처분을 받는다’는 규정이 있으나, 거의 지켜지지 않아 왔다. 한편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6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내년 1월까지 약물 복용을 금지하는 명확한 기준과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야구계를 압박했다.

◆파문 확산되는 육상계

세계 반도핑기구의 딕 파운드 회장은 이날 “이번에 사용된 약물은 그동안 도핑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온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소비됐다”며 미국 스포츠계를 강력히 비난했다. 캐나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파운드 회장은 “약물 복용 의혹이 제기된 여자 육상스타 매리언 존스의 경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녀가 올림픽에서 따낸 5개의 금메달을 모두 박탈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제육상연맹(IAAF)의 도핑위원회는 “앞으로 약물복용 근절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내년 8월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반도핑 인력을 크게 늘려 도핑 테스트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영국의 장거리 육상스타 래드클리프는 이날 약물 복용 선수에 대한 더 강력한 징계를 촉구했다.